[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LG 트윈스의 오랜 숙원사업인 리빌딩. 롯데 자이언츠 시절 옥석을 발굴했던 양상문 LG 감독의 밑그림은 어떻게 그려져 있을까. 양 감독은 일단 리빌딩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LG는 양상문 체제 이후 고정 타순이 거의 없다. 테이블세터인 박용택과 오지환, 포수 최경철을 제외하면 선발 라인업의 변화가 잦다.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라인업이 요동친다. 양 감독은 “선수들 파악은 다 됐다”고 했다. 첫째 이유는 체력. 양 감독은 “풀타임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가 많지 않아 컨디션에 따라 체력을 조절해주기 위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 LG 트윈스의 리빌딩 작업이 착수된 것일까. 양상문 LG 감독의 속내가 궁금하다. 사진=MK스포츠 DB |
대신 LG는 젊은 선수들의 기용 폭을 늘리고 있다. 멀티플레이어 백창수를 시작으로 2군에서 맹활약한 내야수 채은성이 1군 데뷔와 함께 3경기 연속 선발 출장했다. 양 감독은 “리빌딩 차원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그러나 액면 그대로 받아들기엔 조금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베테랑들의 선발 출장 횟수가 분명히 줄었다. 백창수와 채은성 뿐 아니라 이병규(7번) 정의윤 김용의 오지환 등 젊은 선수들의 기용 횟수는 대폭 늘었다. 자연스러운 리빌딩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양 감독은 “가용 인원 풀을 늘리고 있는 것은 맞다. 그렇다고 리빌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베테랑들은 어느 정도 휴식이 필요하다. 대신 젊은 선수들은 공백을 메우면서 경험을 쌓을 수 있다. 채은성이 잠깐 잘할 수 있어도 10경기 정도 하면 죽을 쑤게 될 것이다. 그것도 경험이다. 그럴 때 베테랑들의 힘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양 감독은 리빌딩이란 단어에는 민감했다. 그러나 양 감독은 “그런 것들로 자연스럽게 리빌딩이 되는 것”이라고 에둘러 인정한 뒤 “인위적으로 리빌딩을 하려는 생각은 없다”고 강조했다.
LG는 베테랑 파워가 세다. 그라운드 밖의 입김이 아닌 실력 자체가 월등하다는 의미다. 김기태 전 감독이나 조계현 2군 감독도 “베테랑들의 기량이 훨씬 좋은데 어떻게 다른 젊은 선수들을 쓸 수 있겠나”라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지난
양상문 감독은 리빌딩이 아닌 현실적인 선발 라인업을 구성하고 있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그 속에는 장기적 리빌딩 작업이 숨어 있는 듯하다. 어쩌면 더 탄탄해지기 위한 LG의 리빌딩 작업은 최악의 성적을 내고 있는 올 시즌이 적기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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