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류)현진이가 잘하는 날에는 저도 잘합니다.”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의 포수 이재원(26)에게 류현진(27)에 관한 질문은 지겨울 수 있다. 동갑내기이자 인천출신인 둘은 어찌 보면 운명의 실타래로 묶여있는 관계다. 2006년 1차지명 대상자로 둘을 놓고 고민하던 SK는 대형포수 유망주였던 인천고 이재원을 낙점했고, 이 바람에 동산고 류현진은 2차 신인지명회의를 통해 한화 이글스에 입단하게 됐다.
그 이후는 잘 알려진 사실. 류현진은 2006년 혜성같이 프로무대에 데뷔하며 사상 최초로 신인왕과 최우수선수상을 동시에 거머쥔 선수가 됐고, 미국 메이저리그 LA다저스에 입단해 데뷔 첫해부터 두자릿수 승수를 거두며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그해 비해 이재원은 평범한 선수생활을 했다. 포수보다는 왼손투수 전문 대타자로 이름을 알리다가 군대(상무)를 다녀왔다. 군 복귀 이후에도 부상 때문에 고생했다.
↑ 23일 오후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 LG 트윈스의 경기에서 5회말 무사 1, 2루 SK 이재원이 2타점 적시 2루타를 날리고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이재원은 요새 프로야구의 가장 뜨거운 사나이 중 하나다. 42경기에 나간 그는 4할3푼4리로 타격 1위를 질주 중이다. 5홈런에 34타점으로 부상으로 이탈한 내야수 최정 대신 팀의 중심타자 역할도 하고 있다. 타격이 만개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더 대단한 사실은 포수로도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야구에서 오랜만에 접하는 포수-4번타자다. 공교롭게도 같은 팀 이만수 감독, 박경완 2군 감독의 계보를 잇고 있었다. 물론 힘들다. 포수는 다른 포지션보다 체력적인 소모가 많다. 훈련도 2배를 더 해야 한다. 포수 수비 훈련은 상대적으로 길다. 거기에 타격 훈련까지 소화해야 한다. 미팅도 2번 들어간다. 투수들과의 미팅에 포수는 빠질 수 없다. 그리고 타자로서 팀 미팅도 소화해야 한다. 이는 남들 보다 쉴 수 있는 시간이 적다는 얘기다. 현실적으로 주전 포수에 타격까지 잘하긴 어려운 환경이다.
하지만 포수마스크를 쓰고 야구하는 게 즐겁다. 그는 “그 동안 난 반쪽짜리 선수 아니었나”며 “포수를 하게 되면서 여유가 생겼다. 포수를 하다가 타석에 들어서면 공이 잘 보인다”고 환하게 웃었다. 물론 힘든 부분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이재원은 “포수장비를 벗고 바로 타석에 들어서야 하는 건 힘들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장점인 타격에 신경쓰일 수 있지만 그는 “다치지 않고 야구를 하는 게 중요하다. 타격 1위는 차후 문제다”라고 잘라 말했다.
↑ 23일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 LG 트윈스의 경기에서 9회초 2사 1, 2루 LG 박용택의 안타에 홈으로 향하던 1루주자 김용의가 SK 포수 이재원에게 태그아웃 당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공교롭게 이날 류현진이 7이닝까지 퍼펙트 피칭을 하며 시즌 5승을 달성한 사실이 화제가 돼, 이재원에게도 류현진 관련 질문이 나왔다. 사실 이재원에게는 민감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재원은 쿨했다. “또 현진이 질문”이냐면서 “현진이가 잘 하는 날은 나도 잘한다”며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기록을 찾아보니 사실이었다. 류현진이 2승을 거둔 4월12일 이재원은 삼성과의 경기기에서 홈런 1개를 포함해 4타수3안타 5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류현진이 3승을 거둔 4월 18일 KIA전에서는 4타수
결과는 역시 기대대로였다. 팀이 5-10으로 져서 빛은 바랬지만 이재원은 4타수 3안타 1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류현진과 이재원의 평행이론은 그렇게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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