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인천) 서민교 기자] 양상문 LG 트윈스 감독은 확실한 투수 운용 지론을 갖고 있다. 철저한 시스템에 의한 마운드 운용이다. LG 부임 이후 투수 교체 타이밍은 한 박자 빨랐다. 망설임이 없었다.
양 감독은 23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전을 앞두고 “투수 교체 타이밍은 감으로 하면 확률이 떨어진다. 가능하면 정해놓은 시스템으로 할 것”이라며 “투수를 챙겨주려고 벤치에서 신경을 쓰면 더 안 된다”고 밝혔다.
↑ 23일 오후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 LG 트윈스의 경기에서 2회말 2사 만루 SK 스캇을 우익수 플라이로 잡아내며 이닝을 마친 LG 선발 류제국이 기쁨의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인천)=한희재 기자 |
냉철했던 양 감독이 흔들렸다. 류제국이기 때문이다.
류제국은 1회부터 타선의 지원을 두둑히 받고 시작했다. LG는 이병규(7번)의 3점 홈런을 포함해 1회초에만 5점을 뽑아냈다. LG의 압승이 예상된 경기였다.
그러나 류제국은 1회말 3점을 헌납했다. 첫 타자 조동화를 볼넷으로 내보낸 뒤 도루를 허용했고, 1사 후 루크 스캇에게 적시 2루타를 맞아 첫 실점했다. 이어진 2사 2루서 김강민에게 투런포를 얻어맞아 3-5로 쫓겼다.
LG 타선은 2회초 2점을 추가해 7-3으로 도망갔다. 류제국도 힘을 냈다. 2회 1사 만루 위기를 가까스로 넘긴 뒤 안정을 찾았다. 3, 4회 연속 삼자범퇴. 3회 1사 후 5타자 연속 삼진쇼를 펼쳤다. 첫 승에 대한 희망도 부푼 시점이었다.
그러나 첫 승의 길은 멀고도 험했다. 류제국은 5회초 난타를 당하며 흔들렸다. 선두타자 조동화의 3루타, 임훈의 적시 2루타로 추가 실점했다.
4-7로 쫓기자 LG 벤치가 움직였다. 양상문 감독이 직접 마운드에 올랐다. LG 부임 후 처음으로 마운드에 오른 순간이었다. 투수 교체는 아니었다. 양 감독은 류제국을 안정시킨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그러나 류제국은 스캇을 볼넷으로 내보내 무사 1, 2루 위기를 맞았다. 결국 류제국은 이재원에게 2타점 2루타를 얻어맞아 3실점을 더했다. 6-7까지 추격을 허용했다. 무사 2루 역전 위기에 놓였으나 LG 벤치는 요지부동이었다.
양 감독은 5이닝 승리 요건을 채우기 위해 류제국을 믿고 맡겼다. 류제국은 김강민을 중견수 뜬공으로 힘겹게 원아웃을 잡은 뒤 박정권을 풀카운트 승부 끝에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어 나주환을 유격수 땅볼로 막아내 첫 승 요건을 갖췄다. 류제국도 여기까지였다.
류제국이 마운드에서 내려간 뒤 LG의 투수 운용은 확 달라졌다. 불펜이 바빠졌다. 6회초 유원상이 1이닝을 무실점으로 책임진 뒤 7회초 신재웅을 올렸다. 신재웅이 선두타자 스캇을 볼넷으로 내보내자 곧바로 교체 카드를 꺼냈다. 이동현이 나서 이재원을 병살로 잡아낸 뒤 김강민을 2루 땅볼로 처리했다. 양 감독의 교체 시스템이 적중했다.
LG는 7-6인 8회초 귀중한 추가점을 보탰다. 1사 후 김용의와 박용택의 연속 안타로 1, 3루 찬스를 잡았다. 이때 절묘한 한 수가 나왔다. 오지환이 스퀴즈번트를 시도했고, 그 순간 김용의가 홈을 파고들었다. 1루수 박정권이 공을 놓치면서 주자는 모두 살았다. 박정권의 실책으로 기록됐지만, 추가점이 필요했던 LG의 작전이 SK 수비의 허를 찌른 결과였다.
8-6으로 점수를 벌린 LG는 8회말 이동현이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필승조 역할을 해냈다. LG는 9회초 최경철과 박용택이 쐐기 적시타를 때려내 10-6으로 달아났다. LG는 9회말 정찬헌이 아웃카운트 2개를 잡았지만, 1, 2루 위기에 몰리면서 결국 마무리 봉중근까지 나섰다. 봉중근은 이재원을 헛스윙 삼진으로 막아내 류제국의 첫 승을 지켜냈다.
류제국의 시즌 첫 승을 위한 눈물겨운 LG의 모험이자 팀워크였다. 그 뒤에는 지론을 깨면서까지 류제국의 첫 승을 이뤄낸 양상문 감독의 믿음이 있었다.
↑ 23일 오후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 LG 트윈스의 경기전 연습을 지켜보는 LG 양상문 감독이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인천)=한희재 기자 |
반면 SK는 2011년 10월4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 이후 962일 만에 선발 등판한 고
LG는 10-6으로 SK를 꺾고 시즌 첫 3연승을 기록하며 15승(25패1무)째를 올렸다. 반면 SK는 18승24패로 최하위 LG와의 승차가 2경기로 좁혀졌다.
[min@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