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국민타자’ 이승엽(38)과 ‘미스터 제로’ 임창용(38‧이상 삼성 라이온즈). 두 동갑내기 베테랑은 같은 상처를 안고 올 시즌을 시작했다. 선수로서 가장 듣기 싫은 ‘한 물 갔다’는 주위의 평가. 그들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그러나 불편한 시선을 비웃 듯 두 베테랑은 그라운드에서 자신들의 클래스를 실력으로 입증시키고 있다. ‘나 아직 살아있다’는 독기 품은 외침이다. 이승엽과 임창용의 존재는 프로야구 역사상 최초인 4년 연속 통합우승을 노리는 삼성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 삼성 라이온즈 두 동갑내기 베테랑 이승엽과 임창용의 승리를 확신한 하이파이브. 사진=MK스포츠 DB |
이승엽은 지난해 악몽 같은 시즌을 보냈다. 타율 2할5푼3리, 13홈런 69타점 62득점. 프로 데뷔 이후 가장 저조한 성적표였다. 전성기 시절 배트 스피드와 파워가 나오지 않으면서 ‘이제 이승엽의 시대는 갔다’는 소리를 들었다. 삼성은 통합 3연패를 달성했지만, 이승엽은 웃을 수 없었다. 국내 복귀 2년 만에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임창용도 같은 상처를 입고 올 시즌 국내로 복귀했다. 일본과 미국 프로야구를 돌아 7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마지막 도전이었던 메이저리그의 꿈을 성공적으로 이루지 못하고 시카고 컵스에서 방출됐다. 오승환이 떠난 삼성의 소방수로 돌아오면서 그를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이 공존했다.
지난 21일 포항 롯데 자이언츠전. 이승엽이 넘기고 임창용이 막았다. 두 베테랑의 날이었다. 삼성은 7연승을 멈추지 않았고 2위권과 2경기차로 벌렸다. 이날 한 경기만으로도 왜 삼성이 강할 수밖에 없는지 입증했다.
이승엽은 공포의 6번 타자로 더 강해져 돌아왔다. 이날 이승엽은 지난 2003년 6월22일 대구 SK전 이후 11년 만에 연타석 홈런을 터뜨렸다. 영양가 만점의 결정적 4타점이었다. 역전 결승 스리런포를 때린 뒤 이승엽은 “박석민을 고의4구로 피하고 나를 선택한 것에 자존심이 상했다”고 했다. 이승엽은 여전히 이승엽이었다.
이승엽은 올 시즌 기록도 톱클래스다. 38경기서 타율 3할1푼, 6홈런 25타점 19득점을 기록하며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선발 라인업 가운데 팀 내 타율 3위다. 올 시즌 부활을 위해 간결하게 바꾼 배팅으로 엇나갔던 타이밍을 맞췄다. 독을 품고 해낸 엄청난 노력의 결과다.
임창용도 리그 최고의 마무리로 손색이 없다. 이날 이승엽이 경기를 뒤집은 뒤 1⅓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임창용도 전성기 못지않은 ‘뱀직구’의 위력을 유감없이 뽐내고 있다. 올 시즌 12경기서 2승 8세이브를 기록하며 평균자책점 0.69를 찍고 있다.
임창용은 국내 복귀 이후 13이닝을 소화하며 단 5피안타 2볼넷만 허용했다. 특히 지난 15일 한화전서 1점을 내준 것이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던 두 영웅. 그들의 식을 줄 모르는 야구인생이 화려하게 펼쳐지고 있다. 이승엽과 임창용이 있기에, 삼성은 또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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