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의 외인 마무리 투수 하이로 어센시오(31)가 최근 불안한 모습을 노출하고 있다. 장점이 분명한 선수지만 최근 들어 단점도 확실히 드러나고 있다. 어센시오의 명암은 무엇일까.
어센시오는 19일 현재 14경기에 등판해 2승 7세이브 평균자책점 2.81을 기록하고 있다. 블론세이브는 1회. 피안타율은 2할6푼9리이며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은 1.31이다. 세이브는 이용찬(두산), 임창용(삼성)과 함께 공동 5위에 해당된다. 하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드러난 지표보다 단점이 분명한 투수에 가깝다.
↑ 하이로 어센시오는 새장 속의 마무리인가? 사진=MK스포츠 DB |
블론세이브 1회. 5세이브 이상 기준 2번째로 높은 세이브 성공률 8할7푼5리(8번 기회서 7세이브)의 기록과, 4번째로 낮은 평균자책점(2.81)은 올해 투수들이 전반적으로 고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준수한 편에 속한다.
특히 강력한 구위와 사사구 허용이 적은 것은 장점이다. 어센시오의 이닝 당 볼넷 허용률(BB/9)은 1.69개로 낮다. 경기당 삼진(KK/9)은 10.69개를 기록, 삼진과 볼넷 비율(KK/BB)도 6.33으로 매우 준수한 편이다.
세이브 1위 손승락의 2.70(BB/9) 5.30(KK/9) 2.00(KK/BB)의 각각의 지표와 비교해보면 어센시오가 경쟁력이 있는 투수임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5세이브 이상을 기록 중인 투수 중 어센시오보다 높은 삼진과 볼넷 비율을 기록 중인 투수는 1명. 압도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는 임창용(7.00)밖에 없다.
볼넷을 최대한 내주지 않고 삼진을 잘 잡아낸다는 측면에서는 어센시오는 확실히 매력이 있는 투수인 셈이다.
땅볼 비율이 2.44개로 높다는 점도 장점에 속한다. 장타를 최대한 억제해야 하는 마무리투수의 입장에서는 강속구 투수이면서 땅볼을 잘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은 안정적인 부분이다. 2.44의 땅볼 비율은 마무리 투수 중 박희수(3.25)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기록. 이를 바탕으로 어센시오는 피홈런 1개만을 내주며 피장타율 4할3리의 나름대로 준수한 장타억제력을 보여주고 있다.
▲ 단점 - 새장 속 마무리? 적은 이닝 소화력, 노출되는 단조로운 패턴
어센시오의 확실한 단점은 적은 이닝 소화능력과 위기 관리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어센시오는 올해 경기당 정확하게 1이닝을 소화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어센시오 스스로 1이닝 초과 등판에 대해서 난색을 표하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것. 사실 이것이 내부에 숨겨져 있던 가장 큰 고충이었다. 마무리 투수가 힘든 상황을 피하고 있는 경우다. 실제로 어센시오가 올해 1이닝을 초과해 던진 경우는 14번 중 3번으로 모두 연투가 아닌 경우에서만이었다.
상황이 어쩔 수 없었다 하더라도 올해 어센시오가 이틀 연속 투구를 한 경우는 단 한 차례도 없다. 자의에서였든, KIA의 배려에서였든 어센시오는 확실하게 보호를 받고 있는 셈이다.
특히 승계주자 실점율이 높고 터프 세이브가 없다는 점도 어센시오에게 드리워진 의문이다. 터프세이브는 동점주자 혹은 역전 주자가 있을 때 등판해서 세이브를 올리는 것을 뜻한다.
시즌 초반이기에 올해 자주 나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봉중근(LG)이 2회, 손승락(넥센)-임창용-박희수(SK)-김성배(롯데) 가 각각 1회씩을 기록하는 등, 대부분의 마무리 투수들이 힘든 상황을 경험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어센시오는 다소 세이브 순도가 떨어지는 셈이다.
↑ 어센시오가 최근 연이어 불안한 모습을 노출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어센시오는 150km를 넘나드는 직구에 더해 체인지업·포크볼·슬라이더 등을 다채롭게 구사할 수 있다. 하지만 경쟁력이 있는 구질은 직구와 체인지업 2가지다.
마무리 투수라는 점에서 투피치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어센시오는 상체 위주의 투구를 하면서 체인지업과 직구의 투구폼이 다소 다르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강력한 직구와 체인지업을 보유하고도 타자들이 버릇을 간파, 최근 4경기서 4실점을 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는 앞서 어센시오가 스프링캠프 당시에도 지적받았던 문제다.
실제로 선동열 감독은 어센시오의 단점에 대해서 “투구폼이 타자들에게 노출되기 쉬운 단점이 있다. 떨어지는 각이나 공을 던질 때 타이밍이 타자들에게 잘 보이는 편”이라며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최근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는 투구 시 타자의 타이밍을 뺐는 일종의 숨김 동작을 의미하는 디셉션(deception)에서 장점이 없다는 뜻이다.
오히려 투구폼이 구질마다 다소 차이가 있는데다 단조로운 패턴이 간파당하고 있다. 최근 어센시오를 상대하는 팀들은 현재 승부처에서 대부분 체인지업만을 노리고 있다. 어센시오 스스로도 컨디션이 떨어지는 날 직구 위주의 투구가 아닌 변화구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드러난 단점이
선 감독은 “공은 빠르지만 볼 끝의 경우 다소 날리는 느낌이 있다”며 냉정하게 어센시오의 구위를 평가하기도 했다.
아직 초반이기에 어센시오의 모든 것을 평가하기는 이르다. 여러모로 적응 단계로 보는 것이 옳다. 그럼에도 현재 어센시오가 외국인 선발을 포기할 정도의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는지는 미지수인 것도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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