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파원] 마이애미 말린스와 LA다저스의 메이저리그 경기가 열린 15일(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 기자실에 낯익은 얼굴이 등장했다. 지난해 11월 17년간의 선수 생활을 접고 은퇴를 선언한 김일경(36) 전 LG트윈스 내야수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앞으로 6개월 일정으로 미국 야구, 그중에서도 마이너리그를 탐방할 계획이다. 미국 땅을 밟은 당일 바로 야구장으로 향할 정도로 그의 학구열은 뜨거웠다. 경기가 잠시 느슨해진 틈을 타 다저스타디움 기자실 식당에서 그를 만났다.
왜 하필 마이너리그인가
15일 다저스타디움에서 맛보기로 경기를 본 그는 이틀 뒤 윤석민의 현재 소속팀인 볼티모어 산하 트리플A 팀 노포크 타이즈가 있는 버지니아주 노포크로 이동한다. 그는 노포크를 시작으로 각지를 돌며 다양한 단계의 마이너리그 경기와 훈련을 지켜 볼 예정이다.
↑ 다저스타디움에서 만난 김일경은 미지의 땅에서 배움의 열의를 불태우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사진(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파원 |
“야구를 전쟁에 비유하면, 마이너리그는 전쟁 준비를 하는 곳이라 할 수 있다. 전쟁에 나가는 선수들을 보는 것보다 전쟁 준비를 어떻게 하는지를 보는 것이 더 배울 게 많다고 생각했다. 경기뿐만 아니라 훈련은 어떻게 진행하는지 등도 지켜 볼 예정이다.”
미국 야구에서 마이너리그 시스템은 ‘파이프라인(pipeline)’이라고 불린다. 마이너리그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중요한 선수 공급원이다. 그는 흔히 ‘선진 야구’라 불리는 미국 야구의 최고 자랑거리 중 하나인 이 시스템을 집중 탐구한다는 계획이다.
그가 마이너리그를 보는 이유는 또 있다. 외국인 선수 물색이다. “우리나라에 오는 외국인 선수들을 보면 대부분이 메이저리그 경력보다는 마이너리그 경력이 더 많다. 트리플A나 더블A 같은 곳에서 주로 뛴 선수들이다. 여기서 그 리그를 많이 보면, 그만큼 우리나라에 데려갈 수 있는 선수들에 대한 정보를 많이 갖게 된다.”
여기에 또 한 가지 목적이 더 있다. “마이너리그 시즌이 끝난 뒤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스카우트 세미나를 여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는데, 여력이 된다면 여기까지 참가하고 싶다.” 그가 사서 고생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이전에 못한 공부, 지금이라도 시작한다
김일경은 지난해 11월 은퇴를 결정했다. 서른다섯이라는, 야구선수치고는 다소 젊은 나이에 그라운드를 떠났다. 1997년 현대 유니콘스에 입단, 1999년 1군 무대를 밟은 그는 이후 넥센 히어로즈를 거쳐 2011년 말 2차 드래프트를 통해 LG로 이적했다.
프로 통산 기록은 800경기 출전, 타율 0.246 18홈런 118타점 220득점 90도루.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수비 능력이 뛰어난 선수로 인정받으며 꾸준히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 김일경의 현역 생활은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꾸준했다. 그는 선수 생활을 하면서도 배우고 싶은 의지가 강했다고 털어놨다. 사진= MK스포츠 DB |
“야구를 계속 하면서 어린 시절 학교 다닐 때 공부를 하지 못한 것이 후회가 됐다. 몇 해 전부터 계속해서 공부를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야구가 아닌 분야에서 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결국에는 야구와 관련된 공부가 편하다는 것을 느꼈고, 이쪽으로 준비를 하게 됐다.”
이전부터 4~5차례 방문한 미국이지만, 제 2의 인생을 위해 온 만큼 설렘과 두려움이 가득한 상태. 6개월 뒤 어디서 무엇을 하게 될지 정해진 것은 없지만, 배우겠다는 의
“목표가 있다기보다는, 공부가 너무 하고 싶었다. 여기서 배워가는 것들이 후배들, 그리고 한국 야구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잠깐의 인터뷰를 마치고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는 그의 표정에서 배움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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