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포항) 이상철 기자] 2006년 10월 18일, 전북은 그날만을 떠올렸을 것이다. 준결승 홈 1차전에서 2-3으로 패해 탈락이 유력시됐지만 울산 원정에서 4-1 대승을 거두며 기적 같은 결승 진출을 이뤘다. 그러나 8년 뒤 ‘역전의 명수’는 없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천적 관계’는 참 껄끄러웠다.
전북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탈락했다. 2년 연속 16강 탈락이다. 2011년 준우승 이후 토너먼트 첫 관문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셨다.
↑ 전북 현대는 2년 연속 AFC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탈락했다. 가시와 레이솔에 이어 포항 스틸러스까지, ‘천적’ 관계를 깨기란 참 어려웠다. 사진(포항)=한희재 기자 |
올해는 가시와를 피했지만 포항이 전북의 길을 가로막았다. 전북은 이상하리만치 포항만 만나면 힘을 못 썼다. 2012년과 2013년, 2년 동안 2승 1무 7패(승부차기 패 포함)로 크게 밀렸다. 올해도 다르지 않았다. 세 번 싸웠는데 모두 졌다. K리그를 넘어 아시아 클럽 대항전에서도 포항 앞에선 작아진 전북이었다.
역대 AFC 챔피언스리그의 K리그 팀끼리 대결은 난타전이었다. 그리고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우위도 없었다. 1승씩을 나눠가졌고 골 득실차로 승자와 패자가 갈렸다. 하지만 그 같은 전철은 스틸야드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전북은 ‘스윕’으로 고개를 숙였다.
8년 전 전북은 전반 10분 최진철의 선제골을 시작으로 융단폭격을 가했다. 그 첫 골만 넣으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을 것이다. 황선홍 포항 감독 또한 선제 실점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날 경기에서 첫 골은 참 빨리 터졌다. 전반 6분이었다. 그러나 전북이 아닌 포항이었다. 전북의 수비는 포항의 조직 패스에 또 뚫렸다.
이 실점은 전북에게 큰 부담으로 이어졌다. 최보경과 정혁을 두고 중원 수비를 두껍게 하면서 측면 공격으로 활로를 찾으려 했던 전북이나, 패스 연결은 번번이 끊겼다. 포항에 완전히 읽혔다. 중원 싸움에서 완패였다.
전북에겐 전반 36분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신경전이 끊이지 않
이승기, 레오나르도를 조커로 기용해 후반에 승부수를 띄우려 했던 전북으로선 한방을 얻어맞았다. 그리고 그걸로 승부의 추는 포항으로 기울었다. 가시와에 이어 포항까지, 천적에 운 전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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