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일본 열도에 쿠바 돌풍이 상륙했다. 리그 최고 선수들이 연이어 일본행을 결정하면서 최근 메이저리그에 불어 닥친 쿠바 신드롬이 아시아에도 몰아칠 조짐이다. 한국에서도 쿠바 선수들을 볼 수 있을까?
‘닛칸스포츠’ ‘스포츠닛폰’ ‘스포니치’ 등의 다수의 일본 언론들은 12일 일제히 쿠바 출신의 강타자 프레드릭 세페다(34)의 요미우리 입단 소식을 보도했다.
세페다는 12일 도쿄의 요미우리 구단 사무실에서 입단식을 가졌다. 등번호 23번의 유니폼을 입은 세페다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팀을 위해 다할 생각이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계약 규모는 1년간 총액 2억엔(계약금 5000만엔, 연봉 1억 5000만엔)이다.
세페다의 일본 진출은 여러모로 상징적인 부분이 있다. 쿠바 출신 선수의 공식적인 첫 일본 진출 사례. 쿠바야구협회는 지난해까지 중남미 윈터리그에 참여하는 것만을 허용했을 뿐 해외진출 자체를 막았다.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수많은 쿠바 선수들은 모두 탈출 이후 망명 절차를 거쳐 진출한 경우다. 2002년부터 2005년까지 오마르 리나레스가 주니치 드래곤즈에서 뛴 적이 있지만 이 때는 양국의 우호차원에서 임대형식이었다.
그러다 지난해 쿠바야구협회가 방침을 바꿨고 세페다가 일본에 공식 1호로 이적하게 된 것이다. 올해 한국 나이로 35세인 세페다는 2000년대 쿠바를 대표하는 전통의 강타자다. 178cm라는 야구 선수로서 크지 않은 키인 세페다는 탄탄한 체격의 스위치히터.
2004년 아테네올림픽 쿠바 대표팀의 금메달,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은메달의 주역이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역대 대회에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2006년 타율 3할8푼5리 2홈런 8타점을 기록했고, 2회 대회가 열렸던 2009년에는 타율 5할 3홈런 10타점의 맹타로 타격 1위와 베스트나인에도 올랐다. 3차례 WBC 타율이 4할4푼9리 6홈런 23타점에 달한다.
최근 요에니스 세스페데스(오클랜드), 알프레도 데스파이네, 호세 아브레유(시카고 화이트 삭스)등에 최고 타자의 자리를 양보하기는 했지만 쿠바를 대표하는 부동의 중심타자인 것만은 분명하다. 국제대회서 쿠바를 대표했던 강타자의 영입에 일본 야구계 또한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세페다 뿐만이 아니다. 앞서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즈가 쿠바 대표팀 내야수 유리에스키 구리엘(30)의 영입 최종단계에 있다는 일본 언론들의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현재 주 포지션이 3루수인 구리엘은 쿠바 대표팀의 주전 내야수로 3루수, 2루수, 유격수가 모두 가능한 멀티 플레이어다.
현재 쿠바 리그 상티 스피리투스에서 뛰고 있는데 2004년 쿠바프로야구 MVP를 수상한 경력이 있으며 꾸준히 리그를 대표하는 호타준족의 타자로 활약 중이다.
세페다와 마찬가지로 2004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 2008 베이징 올림픽 은메달의 주역이기도 하다. 올해 한국 나이로 31세인 구리엘은 WBC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치며 2013년 WBC 유망주 순위에서 다나카 마사히로(뉴욕 양키스), 호세 페르난데스(쿠바, 2루수)에 이어 3위에 올랐으며 2006 WBC에서는 2루수 부문 최우수 선수로 뽑히기도 했다. 빠른발과 강한 어깨, 정교한 타격 능력과 장타력까지 모두 갖춘 팔방미인 내야수.
일본 언론들은 요코하마와 구리엘의 계약이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보고 있다. 곧 2호 쿠바 선수 탄생도 눈앞에 둔 일본이다.
최근 메이저리그에 쏟아지고 있는 쿠바 선수들의 러쉬가 이제 일본으로 옮겨 온 모양새. 쿠바야구협회는 이적과 관련된 비용의 일부를 자신들이 받는 방향으로 이들의 해외진출을 허락했다.
기량이 떨어진 노장이나 빅리그 진출에 실패한 메이저리거들을 노렸던 일본은 이제, 신천지 쿠바로 방향을 바꾼 모양새.
최근 각 팀 외국인 선수들의 숫자를 늘려 타자들이 새롭게 합류하게 된 한국도 쿠바 출신 선수들의 영입을 추진해볼 만한 흐름이 됐다. 그간 한국은 주로 미국과 도미니카 공화국의 선수들을 주요 영입 대상으로 여겼다. 규제는 풀렸다. 쿠바 정부가 한국을 상대로 선수들의 이적을 막아서지 않는다면 충분히 영입이 가능하다.
앞서 한화 이글스는 2010년 8월 쿠바출신의 좌완 투수 프랜시슬리 부에노를 영입한 적이 있다. 하지만 부에노는 대부분의 메이저리그서 활약 중인 선수들처럼 보트를 타
요미우리와 계약한 세페다의 계약 총액은 2억엔으로 한화로는 약 20억원 정도다. 상한 금액 제한이 풀린 한국야구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금액. 쿠바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충분히 그 이상의 금액도 투자해볼만하다.
여전히 아마 최강의 위용을 자랑하고 있는 쿠바. 한국에도 쿠바 돌풍이 불어닥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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