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클린쇼’ 김연아, 훈련-연기 모두 김연아였다

[매경닷컴 MK스포츠(올림픽공원) 서민교 기자] 김연아(24)는 역시 김연아였다.
‘피겨 여왕’ 김연아를 현역 선수로 볼 수 있는 마지막 무대. 김연아는 그동안 자신을 위해 격려와 응원을 해준 팬들을 위해 최고의 공연을 선사했다. 성적도 메달도 없는 아이스쇼였지만, 김연아는 훈련도 연기도 현역 선수 때와 똑같았다. 왜 김연아가 피겨 전설로 남을 수밖에 없는지 보여준 환상적인 ‘클린쇼’였다.

↑ 김연아의 마지막 인사. 그러나 김연아는 현역 선수 그대로의 연기로 큰 감동을 선사했다. 사진(올림픽공원)=천정환 기자

김연아는 4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특설링크에서 아이스쇼 ‘삼성 갤럭시★스마트에어컨 올댓스케이트 2014’ 첫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날 김연아를 보기 위해 체조경기장을 찾은 1만1000여명의 관객들은 김연아의 연기를 보며 피겨 전설을 온몸으로 느끼기 충분한 감동의 선물을 받았다.
김연아는 단 3일의 공연을 위해 훈련 스케줄을 다시 짰다. 지난 2월 2014 소치동계올림픽을 마친 뒤 휴식을 반납하고 일주일에 6일을 꼬박 훈련에 매달렸다. 오직 갈라쇼를 위해 준비한 새 프로그램 오페라 ‘투란도트’의 ‘공주는 잠 못 이루고(Nessun Dorma)’를 짧은 시간에 완벽하게 완성시켰다. 김연아에게 아이스쇼는 단지 즐기는 갈라쇼가 아닌 감사한 팬들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이었다.
김연아는 공연을 마친 뒤 “무사히 마쳤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쉰 뒤 “새 안무도 그렇고 오케스트라와 함께 하는 프로그램도 있어서 연습을 많이 했는데 멋있게 잘 마쳐서 다행이다. 선수들에게도 고맙다. 즐겁게 첫 공연을 했다. 오늘보다 더 멋지고 완벽한 공연을 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공연에서는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 내 일이기 때문에 연기할 때만큼은 집중을 했다”며 “ 투란도트 프로그램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완벽하게 소화를 했어야 했는데, 오늘 하고자 하는 연기는 잘 했던 것 같고 팬들도 환호해주셔 기분이 좋았다. 오케스트라와 함께 했기 때문에 감동이 더 했던 것 같다. 원곡보다 더 웅장한 느낌을 받았다”고 만족했다.
김연아는 이미 현역 선수 은퇴를 선언했지만, 휴식을 거의 갖지 못했다. 하지만 대회가 아닌 공연 준비 하나만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보였다. 그 결과는 최고의 연기였다. 모든 연기를 단 한 번의 실수 없이 클린 연기로 마쳤다. 풍부한 감정을 그대로 담은 채 여유있고 완벽한 연기를 해냈다. 은퇴를 선언한 선수라고는 믿기 힘든 연기였다.

↑ 김연아는 마지막 은퇴 아이스쇼 무대를 위해 새 갈라 프로그램인 오페라 투란도트의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완벽하게 준비해 팬들에게 선물했다. 사진(올림픽공원)=천정환 기자

김연아는 “올림픽이 지난 지 얼마 안됐기 때문에 육체적으론 변화가 없었던 것 같다”며 웃은 뒤 “올림픽 이후 약간의 휴식기가 있었는데, 공연이 있고 새로운 프로그램도 있어서 쉬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수 생활만큼은 아니었지만 완벽하게 하기 위해 그때와 비슷하게 스케줄을 잡고 몸을 만들었다. 새 시즌과 함께 공연을 준비한 것이 아니라 공연만 바라보고 준비해서 조금 더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연아는 이번 아이스쇼 준비에 집중한 탓에 당장 은퇴 후 계획에 대한 고민도 미뤘다. 김연아는 “이번 공연에서 그동안 해왔던 음악들, 사진들, 영상들이 나와 그때 기억이 생각나더라. 장난삼아 따라해 보기도 했는데 나한테는 큰 의미가 있었다”며 “공연을 앞두고 있어 태릉에서 훈련을 해 미래에 대한 계획이나 생각을 할 겨를이나 여유가 없었다. 제대로 쉬지 못했다. 공연이 끝나면 휴식다운 휴식을 취하면서 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미래에 대한 계획을 신중하게 생각하겠다”고 전했다.
김연아는 아직 김연아였고, 전설로 남을 그의 현역 선수로서의 마지막 무대도 이틀이 남았다. 김연아는 5, 6일 같은 장소에서 그동안 아낌없는 응원과 사랑을 해준 팬들을 위해 더 완벽한 연기를 선사할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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