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잔혹한 4월을 넘긴 LG 트윈스의 꼬인 실타래가 5월이 와도 풀리지 않고 엉키기만 한다. 기대가 희망고문으로 바뀌면서 100경기 이상을 남기고 벌써 지쳐간다.
믿고 따르던 수장을 잃은 LG가 하나씩 꺼지는 희망에 고개를 숙이고 있다. LG는 26경기를 소화한 4일 현재 7승18패1무로 9위에 머무르고 있다. 또 2연패 수렁에 발을 들여놨고, 선두 넥센 히어로즈와 승차는 9.5경기차까지 벌어졌다.
↑ 지난 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 LG는 기대했던 선발 류제국 카드도 불발됐다. 사진=옥영화 기자 |
최근 마산과 잠실을 오간 5월 두 경기는 단적인 사례다. 안 풀리는 LG의 잔인한 현실이었다.
지난 1일 마산 NC 다이노스전은 경기 초반부터 치고나갔다. 이병규(9번)가 1회부터 스리런포를 터뜨리며 기선을 잡았다. 모처럼 더그아웃 분위기도 띄웠다. 그러나 이후 실점은 무려 10점. 실책에 의한 실점이 7점이었다. 결정적 4실책의 결과는 너무도 치명적이었다.
유지현 LG 수비코치는 “수비에 대한 전반적인 큰 문제는 없다. 그날은 단지 익숙하지 않은 포지션에 따른 실수였다. 과도한 승리에 대한 심리적 부담도 결국 선수들이 스스로 이겨내야 할 문제다”라고 밝혔다. 이어 “조쉬벨과 정성훈이 기대 이상으로 수비 자리를 잡아줬다. 초반 흔들렸던 손주인도 안정을 찾았다. 3루수 준비를 했던 김용의가 불안한 모습을 보였을 뿐”이라며 “점점 좋아지고 있다. 문제는 없다”고 했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 수비에 대한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3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도 충격적인 패배였다. 9연전을 앞둔 LG는 ‘승리의 아이콘’ 류제국을 선발로 내세웠다. LG의 실질적 에이스인 류제국에 대한 기대는 컸다. 류제국도 한국 무대 데뷔 최고의 피칭을 했다. 7회초 1사까지 단 한 명의 출루도 허용하지 않는 퍼펙트 투구를 했다.
흔들린 두산 선발 유희관을 상대로 수차례 기회를 놓친 타선의 지원은 아쉬웠다. 잘 맞은 타구도 절묘한 위치를 잡고 있던 두산 내외야 수비에 걸렸다. 박용택의 솔로포가 유일한 위안이었다. 가까스로 1-0 리드를 지켰다.
그러나 류제국이 20번째 타자 오재원을 상대로 첫 안타를 내준 순간부터 와르르 무너졌다. 오재원의 3루타는 수비 시프트의 아쉬움을 남겼다. 이후 류제국도 불펜도 한 순간에 넋을 잃고 8실점을 했다. 깨진 퍼펙트의 충격과 후유증은 컸다.
숨은 히든카드도 있었다. 부상으로 빠진 정성훈과 정의윤을 대신해 최근 타격감이 좋은 이병규(9번)가 올 시즌 처음으로 4번타자로 나섰다. 이병규는 4타수 1안타를 기록하면서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조계현 LG 감독대행은 "투타 밸런스가 맞지 않는 것이 문제다. 변화보다 안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으나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LG에 이제 남은 히든카드는 없다. 수장의 자진 사퇴 카드도, 류제국 희망도 불발됐다. 눈앞에서 사라진 연이은 승리에 선수들은 정신적, 체력적 데미지가 두 배 이상이다.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희망고문의 상처는 클 수밖에 없다. 히든카드 대신 선수들 자신이 들고 있는 작은 카드를 하나씩 꺼내 모아 이기는 방법밖에
조계현 감독대행의 실제 보직은 수석코치다. 김기태 감독은 떠났으나 LG의 성적은 여전히 김 감독 앞으로 적립되고 있다. 조 수석코치에게 정식 감독대행 직무를 맡겨 확실한 조계현 체제로 책임감을 더 부여해야 할 때다. 아니면 새 사령탑에 대한 발 빠른 대비가 필요하다. LG 구단도 뒤늦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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