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성남) 이상철 기자] 성남 FC에게 26일 전남 드래곤즈전은 의미가 컸다. 불미스러운 일로 박종환 감독이 자진 사퇴한 뒤 갖는 첫 경기였다. 또한, 이상윤 수석코치에게도 의미가 컸다. ‘감독대행’이라는 꼬리표가 달렸지만 엄연히 ‘감독’으로서 기록에 남는 첫 경기였다.
공교롭게 상대도 막연한 사이의 하석주 감독이었다. 둘은 1990년 프로 입단 동기다. 하석주 감독은 “이제 프로 입단 동기 가운데 프로에 남아있는 건 몇 남지 않았다. 둘 다 용인에 거주했을 때 매주 얼굴을 볼 정도로 친했다”라고 전했다.
↑ 26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는 이상윤 성남 감독대행(앞)과 하석주 전남 감독(뒤)의 자존심 싸움이 펼쳐졌다. 사진(성남)=한희재 기자 |
트레이닝복 차림인 이상윤 감독대행은 ‘수석코치’로서 역할에 충실하기도 했다. 경기 시작 45분 전 그라운드에 나가 선수들의 몸을 풀어야 한다며 함께 나갔다. 보통 감독은 경기 전 감독실에 남아있기 마련이다.
이를 지켜본 하석주 감독은 “저 친구가 왜 저기에 나가있어”라며 의아해했다. 그러면서 “저 친구가 욕심이 많은 친구다”라며 껄껄 웃었다.
친구의 감독 데뷔전이라 축하의 말을 건네고 싶지만, 그 역시 양보할 수 없는 한판이었다. 전남도 승점 3점이 절실한 현주소였다. 하석주 감독은 “지도자로서 능력도 있다”라며 칭찬하더니 “하지만 승부는 승부다”라며 투지를 불태웠다.
↑ 26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는 이상윤 성남 감독대행(앞)과 하석주 전남 감독(뒤)의 자존심 싸움이 펼쳐졌다. 사진(성남)=한희재 기자 |
그러나 전남의 창은 달랐다. 경기당 평균 1골(9경기 10골)은 넣던 전남이 이상윤 감독대행에게 비수를 꽂았다. 후반 들어 빠른 역습으로 주도권을 뺏고 파상공세를 펼치더니 후반 37분 ‘조커’ 이종호가 결승골을 터뜨렸다. 꼭 승점 3점을 따고 싶다던 하석주 감독은 친구와의 자존심 싸움에서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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