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전북 중원의 핵심 플레이어 정혁은 “남일이 형이 맛있는 것을 많이 사준다. 앞에서 부지런히 뛰라는 뜻으로 알고서 잘 먹고 있다”는 농담을 전한 적 있다. 평소 살갑게 지내는 형동생 사이다. 필드에서 역시 서로 믿고 의지하는 선후배다.
정혁은 “남일이 형이 ‘아’ 하면 내가 ‘어’ 하고 받을 수 있을 정도로 호흡이 잘 맞는다. 든든하다”는 말로 찰떡궁합을 자랑했다. 지난 2012년 이미 인천에서 ‘쿵짝’을 맞춰본 사이라 전북에서의 조우가 그리 낯설지 않다. 김남일이 전북에 빨리 적응할 수 있는 원동력이기도 했다. 정혁이 김남일에게 느끼는 든든함만큼, 김남일이 정혁에게 얻는 것도 적잖다.
↑ 김남일이 예상치 못하게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정혁의 짐이 더 무거워졌다. ‘조율능력’이라는 새로운 임무가 떨어졌다. 진짜 ‘만능키’가 되고 있는 전북의 보물이다. 사진= MK스포츠 DB |
이런 심리적인 안정 속에서 정혁의 활약상은 매 경기 에이스급이다. 최강희 감독이 “올 시즌 가장 기대가 되는 선수는 정혁”이라는 칭찬이 괜한 게 아니다. 그리고 그 칭찬만큼 중요한 몫을 해주고 있다. 이미 박수가 아깝지 않은 팔방미인이다. 그런데 또 다른 재능이 추가되어야할 상황이 됐다. 김남일이 예상치 못하게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정혁의 짐이 더 무거워졌다.
김남일은 22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멜버른빅토리와의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 6차전에서 부상을 당했다. 전반 10여분 경 상대와의 충돌과정에서 왼쪽 무릎의 통증을 호소했고 결국 17분 만에 교체아웃됐다. 부상 정도는 생각보다 심했다. 전북 구단 측은 “정밀검사 결과 김남일이 8주 진단을 받았다”는 소식을 전했다. 비보였다.
‘월드컵 브레이크’가 있어서 그래도 다행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5월 중순까지 잔여 경기에 김남일은 출전할 수 없다. 정혁의 비중이 더욱 커지게 됐다. 올 시즌을 앞두고 울산에서 영입한 최보경, 센터백이지만 수비형MF 역할도 가능한 이강진, 공격적인 재능이 출중하나 역시 중앙MF도 가능한 새내기 이재성 등 김남일의 대체자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혁의 역할은 이전과 달라지게 된다.
김남일이 있을 땐 김남일이 리더였으나, 다른 선수들과 짝을 이루게 되면 정혁이 리더다. 정혁도 잘 알고 있다. 시즌 초 “남일이 형이랑 뛰면 내가 보조를 하면 되지만, (최)보경이 등 후배랑 뛰게 되면 아무래도 내가 조율을 해야한다”는 말로 파트너에 따라 역할이 달라진다는 것을 설명했다. 요컨대, 한동안 전북의 컨트롤타워는 정혁이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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