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잘해서 골든글러브를 받고 싶다.”
지난해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시상식을 빈손으로 빠져나가던 포수 양의지(27‧두산 베어스)가 남긴 말이다. 이후 양의지는 독기를 품었다. 3년 연속 골든글러브의 주인공인 강민호(29‧롯데 자이언츠)의 들러리가 아닌 실력으로 그 자리에 다시 서기 위해서다. 양의지의 눈높이는 생애 첫 포수 골든글러브와 태극마크에 맞춰져 있다.
↑ 지난달 2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개막전, 2회말 2사 두산 양의지가 솔로포를 날리고 그라운드를 달리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매서운 부활 전주곡이다. 양의지는 신인상을 수상했던 2010년 처음으로 풀타임을 소화하며 타율 2할6푼7리 20홈런의 뛰어난 성적을 내며 급부상했다. 2011년에도 타율 3할1리를 찍었다. 그러나 이후 3할 타율-두 자릿수 홈런 기록을 넘지 못하고 정체됐다.
포수 기근 속에 공‧수를 겸비한 양의지의 부활은 반갑다. 겨우내 얼마나 구슬땀을 흘렸는지 성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양의지는 지난해 허리 부상 후유증을 이겨내기 위해 자신과의 힘겨운 싸움을 시작했다. 재활과 훈련 성과는 기록으로 드러났다. 양의지는 “허리 보강 훈련은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지금도 통증이 있다”고 했다. 부상으로 페이스를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조금도 쉴 틈을 주지 않고 있다.
스프링캠프에서도 풀타임을 소화하기 위한 집중 훈련을 했다. 양의지는 “미국에서 체력과 웨이트 보강 훈련을 많이 했다. 스탠스를 줄이고 힘을 보완하는데 집중했다”고 강조했다. 타격에 나설 때도 전력분석을 통해 팔 위치와 직구 타이밍 등 세심하고 철저하게 준비를 하고 나서고 있다.
양의지는 스스로 최고의 몸 상태라고 자부한다. 그는 “예전처럼 통나무 같은 느낌이 들지 않고 몸이 가볍다. 체중은 그대로인데 남들은 살이 빠진 것 같다고 하더라”며 “몸이 정말 좋다”고 빙긋이 웃었다.
그래서 욕심도 생겼고 독기도 가득하다. 양의지는 “기록은 신경을 쓰지 않는데, 못 치면 정말 열 받는다”며 “요즘은 타석에 들어서면 욕심을 많이 내고 있다. 투아웃 이후에도 언제든 점수가 날 수 있기 때문에 집중을 하고 있다. 특히 주자가 있을 땐 더 집중한다”고 밝혔다.
양의지는 국가대표와 골든글러브에 대한 목표 의식도 강했다. 양의지는 2014 인천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포수로 강민호와 함께 낙점을 받은 상태다. 양의지는 “일단 안 아프고 꾸준히 나가야 한다. 골든글러브를 받기 위해선 수비 보완이 더 필요할 것 같다”면서 “팀도 잘해야 하겠지만, 낯가림이 심한 성격이라 인사도 잘하고 다녀야 할 것 같다”고 넉넉한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양의지가 넘어야 할 벽은 결국 강민호다. 그러나 양의지에게 강민호는 아직 경쟁 상대라기보다는 조언을 구하는 선배였다. 실제로 둘은 평소 식사자리를 함께 할 정도로 절친한 사이다. 서로 타석에 설 때면 설전을 벌이기도 한다.
양의지는 강민호와의 비교에 대해 “난 아직 배워야 할 것도 해야 할
그러나 올 시즌 활약과 함께 양의지의 골든글러브와 태극마크에 대한 꿈은 조금씩 영글고 있다. 강민호가 군림하고 있는 리그 넘버원 포수 자리도 위협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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