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日 니시노미야) 안준철 기자] ‘고시엔 끝판왕’으로 제2의 야구인생을 시작한 오승환(32)이 일본 무대 적응을 마쳤다. 오승환의 위력적인 '돌직구'와 흔들림없는 '강심장'은 바다 건너에서도 변함이 없었다.
지난 해 삼성 라이온즈를 프로야구 야구 사상 최초의 통합 3연패를 이끈 그는 FA(자유계약선수) 자격 취득을 앞두고 해외 진출을 선언해 일본 한신 타이거즈에 입단했다.
‘끝판왕’이라는 별명에서 알 수 있듯 오승환은 2005년 단국대를 졸업하고 삼성에 입단했을 때부터 최고 마무리 투수의 인생을 살아왔다. 데뷔 첫해 10승1패 16세이브 11홀드 평균자책점 1.18로 신인왕을 거머쥔 그는 이후 차곡차곡 세이브 관련 기록을 갈아치웠다. 2006년에는 47세이브를 세우며 이와세 히토키(주니치 드래건스)가 가지고 있는 아시아 최다세이브 기록(46개)을 넘어섰고, 2012년에는 김용수(전 LG)가 가지고 있던 한국 최다세이브 기록(227개)을 경신, 2013시즌까지 통산 277세이브를 올렸다.
↑ 좀처럼 볼 수 없는 오승환의 미소가 번졌다. 낯선 일본 생활이지만 지금까지 적응에는 문제없다. 사진(日 니시노미야)=천정환 기자 |
▲ 낯선 해외생활…든든한 조력자들
올해 일본 무대 첫 시즌인 오승환에게는 여러 과제가 있다. 그 중 ‘혼자 사는 남자’로서 쓸쓸함을 견디는 것도 중요하다. 사실 오승환이 혼자 지낸 건 오래됐다. 서울 출신인 그는 삼성에 입단하면서 첫 타향살이가 시작됐다. 따지고 보면 9년 차 ‘독신남’. 하지만 타국생활은 또 다르다. 말도 통하지 않을 뿐 더러 주변 환경도 낯설기 때문이다. 오승환이 아무리 ‘돌부처’라 한들 외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을 터. 그도 이를 인정했다. 오승환은 “시범경기 때 좀 그런 게 있었다”며 “시범경기가 일찍 끝나면 별로 할 게 없다. 한국이면 친구들도 만날 수 있는데 여기(일본)서는 그럴 수 없다”고 말했다.
그래도 조력자들이 있어 외로움이 덜어진다. 오승환은 “통역 (이)우일이가 고생이 많다”며 옆에 서 있는 이우일씨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우일씨는 세리자와 유지 삼성 베터리 코치 통역 시절부터 오승환과 인연을 맺었다. 오승환의 출근부터 퇴근까지 항상 바늘과 실처럼 붙어 다닌다.
삼성 투수 출신 곽동훈 스포츠인텔리전스(오승환의 에이전시) 매니저는 오승환의 퇴근 후를 책임지고 있다. 곽 매니저는 대구에서도 오승환과 같이 산 적이 있어 누구보다 오승환을 잘 아는 사람 중 하나. 오사카에서도 오승환과 동거하며 말동무 등 매니저로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오승환은 “얼마 전 (곽)동훈이 형 어머님이 된장을 보내셔서 찌개를 끓여서 같이 먹었다”며 “음식 솜씨가 괜찮은 편”이라고 소개했다.
김동욱 스포츠인텔리전스 대표와 오승환과 단국대 시절부터 단짝인 송산(전 KIA) 팀장도 멀리 떨어져있지만 수시로 오승환과 연락하고 있다. 둘은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요미우리와의 3연전때 일본으로 건너와 직접 오승환을 챙겼다.
↑ 13일 고시엔구장에서 요미우리 자이언츠와의 경기에 앞서 오승환이 가토 고스케와 이야기를 밝게 웃고 있다. 고시엔 구장에서 동료들과 웃는 오승환의 모습은 이제 낯설지 않은 장면이다. 사진(日 니시노미야)=천정환 기자 |
▲ 한신은 또 다른 ‘오승환’을 만드는 곳
오승환이 퇴근 후 휴식을 취하면서 하는 일 중 하나는 바로 한국프로야구 경기를 챙겨보는 것이다. 특히 자신의 친정팀인 삼성 경기는 빼놓지 않는다. 몸은 떨어져 있지만 삼성 시절 동료 선수들과 연락도 자주하고 있다. 오승환은 “삼성은 마무리투수 오승환을 만든 곳”이라고 설명했다. 오승환이 뒷문을 지키던 시절 삼성은 모두 5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오승환도 삼성에서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컸다. 서로 각별한 느낌이 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오승환은 “나는 이제 한신 선수”라고 말했다. 삼성에 대한 애정도 크지만 현 소속팀인 한신에 집중하겠다는 의미였다. 겉으로 봤을 때 오승환은 한신에서 몇 년간 지낸 선수 같았다. 그 정도로 한신 선수들과 금방 친해졌다. 한신을 출입하는 일본 기자들도 “오승환은 (팀에) 금방 녹아들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특히 안도 유야, 후쿠하라 시노부 등 오승환과 함께 필승조를 이루는 불펜투수들과는 경기 전 훈련에서 스스럼없이 농담을 주고받기까지 한다.
오승환은 “한신의 팀 분위기가 좋다”며 “불펜투수들과 얘기를 많이 나누지만 (팀 동료들과) 거의 다 친해졌다”고 말했다. 특히 재일교포로 알려진 아라이 다카히로, 아라이 료타 형제는 오승환에게 먼저 친근감을 나타냈다고 한다. 그는 “간단한 한국말로 말을 붙여왔고, 그 이후 친하게 지내고 있다”고 밝혔다.
오승환의 설명에 따르면 한신은 또 다른 오승환을 만드는 곳이었다. 그는 “여기서 배우는 게 정말 많다. 야구 외적으로도 그렇고. 내가 좀 더 발전할 수는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엷은 미소를 지었다.
↑ 오승환은 그대로였다. 마운드에서의 침착함, 그리고 압도적인 피칭. 오승환이 일본에서도 순항 중인 이유 중 하나였다. 사진(日 니시노미야)=천정환 기자 |
▲ 메이저리그는 꿈의 무대, 하지만…
사실 미국 메이저리그 구단들도 오승환을 두고 군침을 흘리고 있었다. 에이전트 김동욱 스포츠인텔리전스 대표는 지난 2월 “다저스와 보스턴이 마지막까지 오승환과의 계약을 추진했다”며 “볼티모어 오리올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토론토 블루제이스, 피츠버그 파이리츠도 관심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고심 끝에 오승환은 2년 총액 9억엔에 한신 입단을 결정했다.
2년 뒤 미래에 대해 오승환에게 물었다. 바로 자신에게 뜨거운 구애를 보냈던 메이저리그 진출과 관련된 질문이었다. 하지만 오승환은 “지금 말할 수 없다”며 단호히 답했다. 바로 자신의 현재 위치가 한신의 마무리 투수였기 때문이었다.
물론 빅리그에 대한 열망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 그는 “메이저리그는 누구에게나 꿈의 무대이지만 2년 뒤의 일을 지금 말하는 것은 소속 구단인 한신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나는 한신 선수 중 한 명이고, 맡은 역할이 마무리 투수일 뿐”이라고 못 박았다. 일본 언론에서 말하는 우승청부사라는 시각에 대해서도 “우승을 향해서 뛰는 건 맞지만, 나 혼자 잘해서 팀이 우승할 순 없다”고 덧붙
오승환은 현실에 충실하겠다는 입장이다. “아직 제대로 보여준 게 없다. 한국에서처럼 내가 맡은 역할에 충실하면 좋은 결과가 따라 올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선 좀 더 실력을 키워야 한다.” 오승환이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그 속에는 분명 자신감이 숨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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