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인천) 이상철 기자] 11-0 SK의 승리. 김광현(26·SK)과 양현종(26·KIA), 토종 좌완 에이스 대결치고는 점수차가 컸다. 1점차 승부가 펼쳐질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푹 쉰 SK 타선은 무서웠다. 그렇지만 이렇게까지 큰 점수차로 갈릴 경기는 아니었다.
6회초까지는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명승부였다. 그리고 누가 이길지 장담할 수 없었을 정도였다. 그만큼 김광현과 양현종의 투구는 환상적이었다. 언텨쳐블이 따로 없었다. 몇 차례 위기도 있었지만 어려운 상황에서 두 투수의 집중력은 대단했다. 한방은 터지지 않았다.
↑ 평균자책점 0.45로 짠물 투구를 펼쳤던 양현종은 18일 문학 SK전에서 무너졌다. 작은 균열이 문제였다. 사진(인천)=김영구 기자 |
그리고 김강민이 양현종의 초구를 때렸는데 유격수 김선빈 쪽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김선빈이팔을 뻗어 글러브를 갖다 댔으나 살짝 지나쳐 갔다. 워낙 빠른 타구이긴 했어도 잘 잡았을 경우 병살타로 연결될 수 있었다. 공식 기록은 김강민의 안타였지만 김선빈의 수비는 아쉬움을 남겼다.
무사 1,3루가 됐고 조동화의 스퀴즈 번트로 SK가 선제 득점을 뽑았다. 0의 균형이 깨진 셈. 그래도 1점차는 남은 3번의 공격에서 어떻게든 뒤집을 수 있는 간극이었다.
그 다음이 또 문제였다. 양현종은 최정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냈으나 루크 스캇을 루킹 삼진으로 잡았다. 스캇은 스트라이크존의 바깥쪽 꽉 찬 공에 당했다.
양현종은 2사 1,2루 이재원 타석에서 볼카운트 1B 2S에 4구를 바깥쪽 빠른 공을 던졌다. 스캇을 삼진으로 잡았던 결정구처럼 보였다. 이재원도 주저앉았고, 양현종과 포수 차일목도 스트라이크로 판단했다. 그러나 주심은 스트라이크존을 살짝 벗어났다고 볼 판정을 했다.
이 끝나지 않은 승부에서 양현종이 흔들렸다. 그리고 이재원은 8구까지는 접전 끝에 양현종의 117km 커브를 통타, 왼쪽 펜스를 맞히는 3루타를 날렸다. 3-0이 되면서 승부의 추는 급격히 SK로 기울었다.
KIA는 7회에도 불안했다. 양현종이 선두타자 나주환을 안타로 내보낸 뒤 정상호의 희생번트 타구를 직접 잡았다. 주자 나주환은 1루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2루수 안치홍이 1루 베이스 커버를 먼저 들어가던 터라, 정확히 송구하면 병살타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양현종은 악송구를 범했고 상황은 1사 2루가 됐다.
↑ KIA의 유격수 김선빈이 18일 문학 SK전에서 6회 김강민의 타구를 잡았다면 경기 양상은 분명 달라졌을 것이다. 사진(인천)=김영구 기자 |
뭔가 어수선했다. 1회 3루수 최정의 실책 외에 빈틈이 없었던 SK 수비와는 달랐다. 미세했던 차이가 점차 커졌고, 결국 11점차까지 벌어졌다. KIA는 데니스 홀튼(지난 16일 광주 한화전)에 이어 양현종까지, 가장 믿었던 두 카드를 쓰고도 쓰디 쓴 패배를 맛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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