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을 능가하지 못하는 제자는 제자로서 자격이 없다’라는 말이 있다. 즉, 푸른색은 쪽에서 나왔으나 쪽보다 더 푸르다는 뜻으로, 제자가 스승보다 나야 한다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주니어선수 또는 프로지망생 제자를 가르칠 때 스승은 누구나 “부디 나를 훌쩍 뛰어 넘어 한국에서 제일가는 그리고 세계적으로 훌륭한 선수로 성장하기”를 기대하며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제자들은 그 믿음에 따르는 신뢰를 보일 때 비로소 청출어람은 이뤄진다.
주변의 아마추어골퍼들의 세계를 눈여겨보면 골프를 좀 더 일찍 시작하거나 남보다 빨리 성장한 선배 아마추어 골퍼가 연습장 또는 필드에서 후배를 지도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로우핸디캡 골퍼가 하이핸디캡 골퍼를 열심히 가르치려는 광경도 자주 연출 된다.
↑ 진정한 스승은 제자가 자신의 실력을 뛰어넘길 바란다. 하지만 어설픈 호의의 레슨은 분명 한계가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이런 분위기 속에서는 가르치는 사람이나 가르침을 받는 사람이나 모두 지속적인 효과와 결실을 맺기에는 한계가 있다. 더구나 가르침을 받은 사람이 어느 날 선배와의 라운드에서 월등한 실력을 발휘하고 압도적인 성적을 거두게 되면 선배는 축하를 해주는 마음보다 매우 씁쓸한 마음이 더욱 크게 들게 된다.
몇 번에 걸쳐 실력 차이를 경험하게 되면서, 자존심이 상한 선배는 자기가 잘 가르쳐서 후배가 잘 치는 것이라고 떠들고 다니는 반면, 후배는 선배로부터 가르침 받은 것에 대해 별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기억으로 치부한다. 결국 선배는 자신을 넘어선 후배에 대해 껄끄럽게 생각하고 후배와 라운드를 별로 달갑게 생각하지 않으며, 후배는 배울 것이 없다고 여기게 된다.
필자도 종종 싱글핸디 후배들과 라운드를 하며 포인트 레슨을 부탁하는 멤버들에게 친절한 설명을 해주기도 한다. 일부 다른 멤버가 “왜 특정한 멤버에게만 레슨을 해 주느냐”는 볼멘소리를 하길래 “언제 물어 보기라도 했느냐” 고 대꾸 했던 기억이 있다.
요청하지 않은 레슨만큼 효과 없는 레슨은 없다. 레슨비를 지불한 사람은 프로에게 본전을 뽑으려고 열심히 귀를 기울이지만 선배가 자청한 레슨을 받는 후배 입장에서는 그리 썩 내키는 고마움만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일방적인 레슨 시나리오의 종말은 강 건너 불 보듯 뻔하다. 그런데도 특별히 부탁도 않았는데 불구하고 그토록 극성스럽게 후배를 정열적으로 가르치려는 심리가 무엇인지 잘 이해할 수 없다. 목이 마른 자에게 물을 주어야지 다이어트하려는 사람에게 까지 무조건 음료수를 건네야 하는 친절을 베풀 필요성을 못 느끼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나를 넘어가 보라는 청출어람의 진심이 보일 때 후배는 열린 마음으로 가르침을 받아들이려 하고 부단하게 이를 습득하려 노력하게 된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가르침에 대해서는 심사숙고 할 필요가 있으며, 앞으로 후배가 본인보다 진심으로 골프를 잘 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아니라면 솔직히 말해서 계속 영원히 하수로 거느리며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여러모로 득이 된다.
[글·최영수 야디지코리아 회장 / 정리·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