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日 후쿠오카) 김원익 기자] ‘빅보이’ 이대호(32·소프트뱅크 호크스)의 야구 인생에 새로운 막이 열렸다. 많은 선택지가 있었으나 소프트뱅크라는 일본의 강팀으로 이적하는 새로운 환경을 택했다.
프로 데뷔 이후, 국가대표팀이 아닌 소속팀으로는 한 번도 들지 못했던 우승트로피를 염원하고 있는 이대호의 야구 여정은 어디쯤에 와 있을까. 또 그의 향후의 청사진은 어떤 꿈을 그리고 있을까. 일본 진출 3년차를 맞은 이대호를 일본 현지에서 MK스포츠가 만났다.
↑ 이대호의 시선은 현재의 곳을 향해, 또 이후의 미래를 보고 있었다. 사진(日 후쿠오카)=한희재 기자 |
천재 타자 이대호의 땀
현장의 타격 전문가들로부터 ‘타격 천재’ 혹은 ‘가장 안정적인 타격폼을 갖고 있는 타자’로 꼽히는 이대호지만, 새로운 도전을 맞아 뒤에서 흘린 땀이 적지 않았다. 특히 이대호는 올해 부쩍 살이 빠진 모습으로 나타나 많은 팬들을 놀라게 했다.
이대호는 “다이어트를 특별히 한 것은 아니다. 근육량을 늘리면서 몸무게가 줄었다. 체중이 빠지면 얼굴 살부터 빠지는 편이다. 무리 할 정도로 운동을 하지 않았고 근육량을 늘려 몸 상태를 유지하고 있고 예년보다 훨씬 더 좋은 것 같다”고 손사래를 치며 활짝 웃었다.
지난 겨울 사이판 전지훈련에도 동행했으며 3년 간 이대호와 함께 겨울 훈련을 준비한 조철수 트레이너의 설명에 따르면 확실히 올 겨울은 훨씬 더 ‘독하게’ 훈련을 했다고 한다. 무대 뒤 묵묵하게 땀을 흘리며 웨이트 트레이닝 강도를 높인 이대호를 보며 전문가의 입장에서도 깜짝 놀랐다고.
“일단은 처음 온 팀이니까 당연히 준비를 더 많이 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똑같은 일본 무대니까 같을 수 있지만 다른 팀에 온 이상 더 잘하고 싶으니까, 우승을 위해서 왔으니까 운동선수는 준비하는 것이 운동밖에 없으니 더 준비를 많이 한 것 같다.”
월등한 유연성과 거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력한 힘, 타고난 손목 힘과 천부적인 감각 등은 이대호를 최고의 타자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이유들이다. 하지만 매년 이대호는 자신의 강점을 살리고 개선점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대호는 “원래 나는 웨이트 훈련이 많은 선수는 아니었다. 올해 근육량을 늘리기 위해서 웨이트를 많이 하긴 했지만, 일단은 부상을 안 당하기 위해서 몸 전체의 잔 근육과 전체 밸런스를 많이 강화시켰다. 부상을 안 당하고 전 경기에 출전하기 위해서 몸을 만들었다고 보면 될 것 같다”고 했다.
↑ 야구 인생의 새로운 막을 연 이대호는 힘차게, 그리고 묵묵하게 자신의 길을 걷고 있었다. 사진(日 후쿠오카)=한희재 기자 |
굳건한 신뢰, 부동의 4번타자
새로운 팀 소프트뱅크에서는 코칭스태프들의 완전한 신뢰를 받고 있다. 시범경기부터 꾸준히 선발 4번타자로 나서고 있다. 현역 시절 일본 최고의 타자였던 아키야마 고지 소프트뱅크 감독과 후지이 야쓰오 타격코치는 “이대호는 우리 팀의 확실한 4번이며 역할을 충분히 해주고 있다”며 무한신뢰를 보내고 있다.
이대호는 “소프트뱅크가 좋은 팀이라는 것은 이제 많은 팀들이 알게 됐을 것 같다. 조금만 잘 하면 좋은 성적이 날 수 있을 만큼 팀 전력이 좋다. 현지 취재를 하면서 봐서 알겠지만 연습하는 거 보면 느낌이 오지 않았나. 강팀의 저력이 있고 다들 열심히 하고 있다. 나만 4번의 역할을 잘해주면 될 것 같다”면서 “코칭스태프의 신뢰에 보답해야 할 것 같다. 4번 타자로서 기죽지 않게 인터뷰를 잘 해 주신 것 같은데(웃음). 동시에 믿어주시는 만큼 더 잘해서 보답을 해야 할 것 같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후쿠오카에서의 생활은 가족들도 대만족하고 있다. 이대호는 “오릭스에 있을 때 거주했던 고베는 조금 조용했는데 여기는 더 따뜻하고 도시가 참 예쁜 것 같다. 그전에는 택시를 주로 타고 다녔는데 이제 자가용을 구입해서 운전을 하게 됐다. 공원도 다니면서 즐겁게 ㅈ내고 있다. 이제 딸 효린(28개월)이가 많이 커서 애교도 많이 부리고 ‘아빠’라고 부르니 힘이 많이 된다. 아내도 일본 진출 처음에는 많이 외로워 했는데 이제 3년차라 적응이 됐다. 예전보다 한국과 더 가깝다보니 처가에서도 자주 오셔서 함께하니 덜 힘들어 하는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가족만 생각하면 힘이 나는 가장이고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딸 바보’ 이대호였다.
올 시즌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이대호가 지명타자를 주로 맡는다는 것이다. 교류전에는 1루수로 돌아가지만 이외에는 지명타자로 나서기로 결정됐다. 이대호는 “팀을 옮기면서 1루수도 같이 준비를 했다. 하지만 팀에서는 미래의 1루수로 키워야 하는 나카무라 아키라라는 선수가 있는 상황에서 그를 벤치에 둘 수는 없고, 나도 나이가 있기 때문에 체력적인 안배를 해서 지명타자를 제안해왔고 수락했다”면서 “아무래도 수비를 하지 않다 보니 몸이 굳거나 감이 떨어지는 면은 있다. 나는 수비를 하면서 타격을 하는 것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장점도 충분히 있는 만큼 팀이 필요한 부분에 맞춰서 적응해 나가고 있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 새로운 팀 소프트뱅크는 지난 시즌 종료후부터 끈질긴 정성을 담아 이대호에 대한 관심을 표현했다. 그 마음에 끌렸다. 사진(日 후쿠오카)=한희재 기자 |
“날 강력하게 원했던 소프트뱅크”
지난 시즌 오릭스 버펄로스와의 계약 종료 이후 일본 무대 잔류를 선택했을 때 아쉬움을 표현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 한국 야구가 낳은 최고의 타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이대호가 세계 최고의 리그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 실현가능성도 충분했다.
에이전트인 전승환 팀메이츠 대표에 따르면 여러 일본 팀들의 러브콜은 물론, 메이저리그 복수의 팀에서의 오퍼도 들어왔었던 것이 명백한 사실. 전승환 이사는 지난해까지 보라스 코퍼레이션 코리아의 이사직을 맡고 있었고 과거 이병규의 통역을 담당하기도 했던 소문난 ‘마당발’이다. 미국과 일본 모두에 발이 넓어 많은 계약을 이끌어냈다. 이 때문에 이대호 역시 꾸준히 관심이 있었던 메이저리그 진출도 큰 비중으로 고려했다. 전 대표와 손을 잡은 것 역시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하는 부분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주의의 전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지난 시즌 종료 이후부터 집요할만큼 끈질기게, 그리고 엄청난 애정을 쏟은 소프트뱅크의 구애에 마음이 흔들렸다. 소프트뱅크는 ‘전설’인 오 사다하루(왕정치) 소프트뱅크 회장이 ‘우승을 위해서는 이대호가 필요하다’고 직접 나설 정도로 이대호를 강력하게 원했다. 역대 868홈런의 세계 기록을 보유 중이며 ‘세계의 타자’로 불리는 오 사다하루 회장의 선에서 ‘반드시 영입하라’는 명이 떨어졌기에 대우 역시 최대 3년 20억엔(203억원)으로 파격적이었다.
이대호는 “일본내 여러 구단이나 메이저리그 구단에서 오퍼가 있었던 것은 전승환 대표를 통해 들었다. 발 빠르게 움직여서 여러 계약들을 가져왔다. 하지만 나는 운동에만 전념하고 있었다. 물론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었다. 메이저리그를 갔다면 물론 좋았겠지만 야구를 편하게 할 수 있는 환경을 택했다”고 했다.
↑ 메이저리그 진출은 2~3년 후에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 이대호의 생각이었다. 사진(日 후쿠오카)=한희재 기자 |
“메이저리그는 2~3년 후에도 충분히 도전할 수 있어”
친정팀 오릭스는 이대호에게 큰 의미가 있는 팀이다. 지난 12일 친정 오릭스와의 첫 맞대결에는 선수단 전체가 진심으로 이대호를 환영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단순히 외국인 타자가 아닌 팀의 오랜 동료로 그를 대하는 모습이었다. 이대호는 “당연히 오릭스는 내게 특별한 팀이다. 하지만 우승이라는 점도 고려했다. 오릭스가 안 좋았다기 보다는 소프트뱅크보다 오릭스가 더 나를 원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소프트뱅크는 계약 금액면에서도 엄청난 제안을 했고, 오릭스와 계약 종료 후부터 ‘우승을 위해 내가 필요하다’며 끈질기게 접근했다. 그 점에서 내 마음이 움직였다”고 했다.
물론 아쉬움은 있다. 빅리그에 대한 도전이다. 이대호는 지난해 MK스포츠와의 인터뷰서도 분명하게 메이저리그 도전에 대한 꿈을 밝히기도 했다.
“메이저리그에 가지 않은 아쉬움은 분명히 있다. 팬들 역시 내가 메이저리그에서 뛰기를 바랬을 것이다. 하지만 야구를 하는 나의 입장에서 이제 나만 믿고 있는 아내도 있고 딸이 커 나간는 가장의 입장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것들을 선택해야 하는 나이이기도 하다. 이제는 신인 같은 마음으로 부딪힐 수는 없으니까. 많은 생각을 했는데 그냥 좋아하는 야구를 하고 싶었다. 여기서 우승을 한 번 해보고 2~3년 후에 다시 또 메이저리그에 충분히 도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팬들이 염원하고 있는 국내 복귀 가능성도 고려하고 있는 이대호다.
“어디서든 나를 원한다면 뛸 수 있다. 소프트뱅크와 계약이 종료되면 한국에서도 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친정팀 롯데팬들은 나를 많이 응원해주는데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렇다면 야구를 계속 즐겁게 하는 것이 중요하지 어디에서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이제 든다. 다른 생각들을 하기 보다는 내가 맡은 자리에서 열심히 하고 싶다.”
남은 이야기는 下편에서
[one@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