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적절치 않은 표현이라 지양하는 단어가 됐으나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외국인 선수들을 ‘용병’이라 지칭했다. 말 그대로 고용한 병사라는 뜻이데, 특별한 돈을 주더라도 쓰고자 하는 것은 그만한 능력을 발휘해줬기 때문이다. 발휘해달라는 뜻이고, 발휘해야 용병의 가치가 있다. 잘하지 못하는 외국인 선수란 존재의 의미가 없다.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상에 팀의 성패가 좌우되는 일들이 많았고 한해 농사는 제대로 된 용병을 선발했느냐 못했느냐에 따라 일찌감치 좌우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외국인 선수들의 비중은 상당히 컸다. 비단 축구뿐이 아니라 야구 농구 배구 등 프로스포츠 대부분이 마찬가지다. 하지만 올해 K리그 클래식은 여느 해와는 다른 느낌이다. 득점랭킹이나 도움 순위표에서 외국인 선수들의 이름을 찾기가 어렵다.
↑ 데얀과 에닝요, 라돈치치와 몰리나 같은 대형 외국인 선수들이 보이지 않는다. 외국인 선수 한 명도 없는 포항이 가장 많은 골을 넣고 있는 것은 이유가 있다. 사진= MK스포츠 DB |
그 아래를 봐야 2골을 터뜨린 레오나르도(전북) 스테보(전남) 드로겟(제주) 스토야노비치(경남)의 이름을 찾을 수 있다. 득점 20걸에 든 외국인 선수는 언급한 4명이 전부다. 아직 시즌 초반이라는 것을 감안해야겠으나 여느 시즌과는 사뭇 다른 흐름이다. 지난해를 보자.
19골로 득점왕에 오른 데얀을 비롯해 3위 페드로(제주-이하 당시 소속팀/17골) 4위 케빈(전북/14골) 7위 하피냐(울산/11골) 등 순위표 상단은 외국인 공격수들의 몫이었다. 보산치치(경남/9골) 몰리나(서울/ 9골) 산토스(수원/8골) 파그너(부산/8골) 마라냥(제주/7골) 등 각 팀이 보유한 외국인 선수들이 순위표를 점령했다. 2012년은 더 심했다. 득점랭킹 10위 안에 토종 선수는 이동국(2위) 김은중(6위) 김신욱(10위)이 전부였다. 도움부문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도움왕은 서울의 몰리나였고 2위는 레오나르도(전북)였다. 마랴낭, 에스쿠데로(서울) 에닝요(전북) 등이 10위 안에 포진했다. 2012년에도 어시스트왕 몰리나를 비롯해 에닝요(2위) 산토스(4위) 드로겟(6위) 자일(7위) 등 외국인 선수들이 순위표 높은 쪽에 몰려 있었다. 하지만 올 시즌은 이름 찾기가 어렵다. 수원의 산토스가 도움 1개를 기록했을 뿐 외국인 공격수들의 흔적을 찾기 어렵다. 현재 1위는 5개의 도움을 올린 이명주다.
이처럼 외국인 공격수들의 활약상이 급감된 것을 기록이 말해주고 있다. 올 시즌 전체적으로 골이 터지지 않고 있는 것도 외국인 공격수들의 침묵과 관련이 있다. 팀간 전력 차가 줄어들면서 박빙 승부가 많이 펼쳐진다는 것도 이유지만 넣어줄 공격수가 보이지 않는다는 게 크다. 한 축구인은 “데얀이나 에닝요, 라돈치치나 몰리나 급 외국인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국내 선수들을 압도하는 A급 외국인 선수를 찾기 힘들다”는 말로 현재 흐름을 설명했다.
7라운드가 끝난 현재 대부분의 팀들이 경기당 1골을 터뜨리기가 힘들다. 경기당 평균 1골을 넣지 못한 팀이 4팀이나 된다. 부산과 서울은 7경기에서 5골을 넣었을 뿐이고 성남FC는 3골에 그친다. 심지어 인천유나이티드는
12개 클럽을 통틀어 경기당 2골을 웃도는 팀은 흥미롭게도 외국인 선수가 단 1명도 없는 포항뿐이다. 7경기에서 15골을 넣었다. 정말로 올해는 어렵겠다는 평가가 많았던 포항이 2위에 올라 있는 것과 리그 전체에 도드라지는 외국인 공격수가 보이지 않는 것은 연관이 없는 듯 연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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