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골퍼들은 국적불명 뽑기 식 라스베가스 방식을 많이 즐긴다. 본인의 스코어 보다는 뽑기 실력이 더욱 승패에 많은 영향을 끼치며 ‘조커’라는 패가 있어 버디를 해도 보기, 심지어 쿼드러플보기를 해도 보기로 인정해주니 동반자간에 웃고 즐기는 접대골프에 그만이다. 이렇게 부담감 없는 내기 골프는 아마도 세계에서 한국밖에 없을 것이다. 심지어 일부 골프용품회사는 전동카트 마다 홍보용 뽑기 도구까지 비치해 놓을 정도다.
동반자들과의 내기골프는 금액이 크던 작던 본인의 눈높이에 따라 부담없는 즐거움으로 보일 수도 있고 극한의 공포심으로 다가울 수도 있다. 내기골프는 승률과는 상관없이 긴장감을 높이는 요소이기에 승부사적 기질이 있는 일부 골퍼에게는 경기력 향상을 위한 방편일 수 있지만 대다수 골퍼들에게는 미리부터 겁을 먹게 하거나 부정적인 결과를 예측하게 한다. 스스로가 위축되거나 자신감을 잃어 훨씬 나쁜 결과를 낳게 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 내기 골프에 대처하는 방법은 잘 치겠다는 각오가 아니라 못 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이다. 사진=MK스포츠 DB |
그러나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모두를 잃는 경우가 태반이다. 파(Par)를 하고도 동반자가 버디를 하면 그 홀은 지게 된다. 파 역시 훌륭한 스코어 인데도 버디 값까지 지출을 하게 되니 기분이 유쾌하지 않다. 그 다음 홀에서 꼭 버디를 잡으려는 무리수를 두다가 버디는 커녕 보기를 기록하며 후회하는 경우도 많다. 이후에는 서서히 무너지는 경향을 보인다.
아마추어 골퍼가 한 홀에서 가장 잘 칠 수 있는 스코어는 ‘파’ 라고 보면 된다. 프로 선수들도 매 홀 그리 녹녹하게 버디를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닌데 심지어 보기 플레이어 골퍼가 버디를 낚아 보려는 시도는 자충수를 만들 확률만 높아진다.
내기골프는 어려운 홀에서 동반자들의 스코어가 좋지 않을 때 잘해야 이득이 높다. 쉬운 홀에서 다 같이 잘 치면 별 효과가 없다. 또한 배판의 경우에는 집중력을 발휘해야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통상적으로 대부분의 골퍼는 짧은 홀에서 조차 있는 힘껏 드라이버를 시도하고 정작 길고 어려운 홀에서는 미스샷으로 타수와 돈을 같이 잃는 경우가 많다.
메이저리그 류현진선수가 선발로 나서 던지는 공의 숫자는 통상 100개 안팎이다. 그 중 150km가 넘는 강속구는 30개 정도고 나머지는 체인지업이나 커브 등으로 완급을 조절한다. 우리네 골프도 매번 슈퍼샷을 구사하려 한다면 피로감의 속도만 빨리 오게 되므로 내기골프에서 절대 주의해야 할 점은 바로 겜블 샷의 유혹이다.
아주 잘해야 얻을 수 있는 결과가 파인데 자칫 실수를 하면 더블보기 이상도 쉽게 나오니 평범한샷 만으로도 최소한 보기는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골프이다.
골프는 4~5시간 동안 라운드 하면서 여러 번 오르막의 자신감과 내리막의 실망감이라는 심리적 파장이 있다. 그러므로 잘된 결과와 잘못된 결과의 희로애락의 변화에 담담하게 대처하고 내가 어려운 홀이면 남들은 더욱 어려운 홀이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잘 치려는 마움가짐보다는 못 치지 않으려는 자세가 자신감을 가급적 오래 유지하는 길이다.
그러므로 라운드 시작 전 스코어에 연연하지 않고 지출은 최소화 하겠다는 평정심으로 내기골프에 임한다면 의외로 얻는 소득과 결과가 좋을 수 있다. 비록 그렇지 못하더라도 주머니가 텅텅 비는 경우는 거의 없게 된다.
내기골프란 모름지기 훌륭한 1등보다 조용한 2등이 훨씬 더 좋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리 부담스런 골프가 되지 않을 것이다.
[글.최영수 야디지코리아 회장 / 정리. 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