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日 도코로자와) 김원익 기자] “농담으로 꺼낸 말이 아니라 진심이다. 국가대표팀에 뽑힌다면 연봉이 안 올라도 좋다. 그만큼 간절하다. 정말 꼭 한 번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어보고 싶다.”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에서 뛰고 있는 한국인 투수 김무영(29)은 한국 야구팬들에게 아직은 다소 낯설 수 있는 인물이다. 김무영은 부산 대신중학교 시절 선배들의 구타를 피해, 고시엔에 출전하고 싶다는 청운의 꿈을 안고 혈혈단신으로 대한해협을 건너 일본야구의 문을 두들긴 숨겨진 개척자다.
↑ 부산 남자 김무영은 뼛속부터 한국인이었다. 그렇기에 더욱 경험하고 싶은 국가대표였다. 사진(日 도코로자와)=한희재 기자 |
올해는 치열한 소프트뱅크 1군 경쟁을 뚫고 극적으로 1군에 합류해 2경기 1⅓이닝을 소화하며 볼넷 1개만을 내주고 무실점으로 활약하고 있다. MK스포츠가 9일 일본 사이타마 도코로자와 세이부돔에서 김무영을 만났다.
김무영은 올해 12개 구단 가운데서도 최고로 꼽히는 수준의 소프트뱅크 구원진에 당당히 포함됐다. 김무영은 “3년 연속 개막전 엔트리에 드는 데는 성공했다. 여기서 마지막까지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팀이 워낙 선수층이 두껍다보니 몇 경기라도 못할 경우 바로 2군에 내려갈 수 있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모리후쿠 마사히코(15홀드 평균자책점 2.58), 센가 코다이(17홀드 평균자책점 2.40), 야나세 아키히로(11홀드 평균자책점 1.52), 이가라시 료타(3승3패 11홀드 12세이브 평균자책점 2.53)가 기존 소프트뱅크의 최강 구원진이다. 거기에 마무리 투수 출신의 외국인 투수 데니스 사파테와 전 메이저리거 오카지마 히데키까지 보강됐다.
선수들 면면 모두가 전력이 약한 팀이라며 필승조로 뛸 수 있는 자원. 이 때문에 김무영은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와 시범경기서 계속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끝까지 1군 진입 여부를 장담할 수 없었다. 그야말로 매 경기가 절박한 상황이었다.
↑ 최강 소프트뱅크 계투진의 당당한 일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사진(日 후쿠오카)=한희재 기자 |
아쉬움이 많았던 지난해였기에 더욱 각오가 남다른 올해다. 지난해 김무영은 5월까지 1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하며 추격조에서 승리조로 점점 보직이 옮겨지고 있었다. 특히 5월 9일 오릭스전에서는 전 마무리 투수 브라이언 폴켄버그가 9회 빈볼로 갑작스럽게 퇴장을 당하자 세이브 상황에서 등판할 정도로 코칭스태프의 믿음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5월 14일 히로시마전서 2실점을 하자 곧바로 2군으로 강등되는 아픔을 겪었다.
김무영은 “물론 평균자책점이 1점대인데 2군에 내려간다는 것이 처음에는 이해가 안됐다. 하지만 어떤 레벨의 투수들은 한 번 안 좋으면 계속 안 좋을 것이라는 그런 인식들이 있는데 나는 그런 자리에 있는 투수였다. 코칭스태프에게 믿음을 얻는 것이 중요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됐다. 올해 역시 그런 레벨의 자리에 있는 투수에서 벗어나서 한 시즌 내내 꾸준함을 보여줄 수 있는 투수가 되고 싶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올해 목표는 ‘강해지는 것’이다. 김무영은 “올해는 몸이나 정신력 모두 강해지고 싶다. 부상 없이 한 시즌을 치르면서 더 업그레이드 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올해 천천히 더 좋은 보직으로 이동하면서 늦어도 내년에는 중요한 보직들을 맡고 싶다”는 계획도 밝혔다.
현재 구위에 대한 자신감도 있다. 김무영은 “예전과 비교하면 현재 많은 부분 발전한 것 같다. 볼 스피드는 2012년 150km정도를 던질 때 비해서 떨어뜨렸다. 평균 구속은 140km 초반대다. 스피드보다 제구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많이 느꼈기 때문이다. 중간계투의 입장이기 때문에 특히 볼넷을 1개라도 내줘서는 안된다. 제구력을 갖추면서 볼끝의 움직임을 살리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무영의 주무기는 컷패스트볼과 슈트다. 포심패스트볼처럼 가운데로 날아오다가 스트라이크존 부근에서 홈플레이트 기준 오른쪽으로 꺾이는 컷패스트볼과 왼쪽으로 꺾이는 슈트를 이용해 존을 폭넓게 활용하는 것이 김무영의 전략이다. 김무영은 “존을 넓게 써서 타자들이 쉽게 정타를 때릴 수 없게 하려고 노력한다. 나는 사실 삼진을 막 잡아내는 투수는 아니다. 커터와 슈트를 기준으로 잡고 포크볼과 포심패스트볼을 던져 범타를 많이 이끌어내는 유형의 투수”라고 자신에 대해 설명했다.
↑ 귀화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연봉이 오르지 않더라도 상관없을 정도로 간절한 국가대표였다. 사진(日 도코로자와)=한희재 기자 |
김무영은 “뽑아 주신다면 정말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그만큼 내가 좋은 성적을 내야하는 것이 먼저 일 것 같다. 올해는 1년 내내 꾸준히 해서 조금 더 가능성을 높여보고 싶다”면서 “한국 야구를 내가 경험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레벨에서의 준비를 해야하는지는 확실히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일본프로야구 1군에서 뛰고 있다는 부분에서는 경쟁력이 있다고 봐줬으면 좋겠다. 올해 잘 한다면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지 않을까 생각은 하고 있다”고 했다.
경험도 충분하다. 김무영은 “보통 아시안게임에는 일본의 경우 사회인 야구 선수들을 출전시킨다. 독립리그에서 뛰거나 2군에서 뛰면서 사회인 야구 팀들과는 많이 붙어봤다. 고등학교부터 대학야구, 그리고 프로야구까지 일본야구를 잘 알고 있는 면은 강점이 아닐까 싶다. 아무리 일본 사회인 야구의 수준이 높아도 일본 프로 2군과 붙어서 이기지 못한다. 분명한 자신감도 있다”고 했다.
이제 일본에서 생활한지 15년을 훌쩍 넘겼다. 일본인 부인과 결혼해 귀화하는데도 아무런 지장이 없다. 야구선수로 생활하는데도 일본 국적을 갖고 있는 편이 낫다. 하지만 김무영의 국적은 여전히 대한민국이다.
김무영은 “귀화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냥 한국사람으로 살고 싶은 것이다. 나는 일본에서 야구를 하기 위해 온 한국인이다. 한국인이라서 야구를 하면서 불편함을 느끼지도 않고 일본사람으로 살아야 할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단호하게 답했다.
김무영이 소프트뱅크의 홈구장에서 등판할때면 한국 힙합가수 MC스나이퍼의 ‘민초의 난’이라는 노래가 야후돔에 가득 울려퍼진다. 흥겨운 꽹가리 소리가 전주에 들리면 김무영이라는 세 자의 한자가 전광판에 또렷하게 찍힌다. 한국인의 정신을 갖고, 한국인임을 자랑스러워하는 김무영이기에 국가대표는 꼭 이루고 싶은 소원이었다. 김무영은 국가대표에 대해 “한 번도 국가대표를 경험해 본 적이 없다. 그 느낌이 어떨지 정말 궁금하고 꼭 한 번 해보고 싶다”며 아련한 눈으로 말했다.
뼈를 깎는 고통과 시련, 도전과 도전을 거치고 안정된 삶을 누리게 됐기에 더욱 간절한 태극 마크이지 않을까 싶었다.
“맞다. 연봉은
남은 이야기는 下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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