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표권향 기자]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열린 8일 목동구장. 양 팀 타자들의 난타전이 이어지던 중 벤치 클리어링이 일어났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오히려 차분했다. 대신 양 팀 투수조 맏형 송신영(37·넥센)과 서재응(37·KIA) 사이에 불꽃이 튀었다.
KIA가 13-8로 앞선 9회초, 넥센은 ‘마무리’ 손승락(32)을 내세웠다. 손승락은 2사 이후 3구째 김주찬의 왼 팔꿈치를 스치는 공을 던졌다. 이때 김주찬은 정색을 했고 일촉즉발의 상황을 예고했다.
↑ 넥센과 KIA의 경기가 열린 8일 목동구장에서 9회초 손승락이 던진 공에 김주찬이 맞아 벤치 클리어링이 일어났다. 이때 각 팀 투수조 최고참인 송신영과 서재응이 나서 큰 불을 진화했다. 사진=옥영화 기자 |
그러나 이미 송신영은 그라운드에 도착했고 김주찬에게 목소리를 높인 상태였다. 그러자 서재응이 나서 둘 사이를 갈라놓은 뒤 송신영과 부딪혔다.
이날 송신영의 행동은 후배 손승락의 기를 살려주기 위한 방법의 하나였다. 손승락은 최근 제구 난조를 겪으며 벌써 두 번의 블론 세이브를 기록했다. 의기소침한 상태에서 몸에 맞히는 공까지 던져 상대를 흥분케 했다. 이 상황을 막아줄 수 있는 사람은 선배밖에 없었다. 송신영은 넥센 투수조의 최고참으로서 발화점을 끄기 위해 나선 것이었다. 또한 팀이 지고 있는 가운데 후배들에게 ‘끝까지 포기하지 말라’는 것을 일깨워주기 위한 하나의 방책이었다.
반면 서재응은 송신영과 언쟁을 벌여 시선을 선배들에게로 집중시켰다. 이는 다른 선수들에게까지 싸움이 번지는 것을 막은 것이다. 선배들이 목청을 높이면 후배들도 자연스레 수그러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들이 말싸움을 벌이는 동안 손승락은 김주찬에게 사과했고,
벤치 클리어링은 감정싸움으로 시작해 몸싸움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따라서 벤치 클리어링에 대한 불편한 시각은 여전하다. 하지만 대부분 분위기 전환의 일환으로 선수들이 연출하기도 한다. 또는 떨어진 팀의 사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일부러 격하게 반응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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