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최강희 전북 감독의 ‘레오나르도 길들이기’가 성공하는 모습이다. 지니고 있는 뛰어난 장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단점도 적잖았던 레오가 달라지고 있다. 이대로 팀에 계속해서 기여한다면, 전북 팬들은 지난해 여름 중국으로 떠난 에닝요에 대한 그리움을 접어도 좋을 성 싶다.
전북이 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과의 K리그 클래식 6라운드 원정경기에서 1-1 무승부를 거뒀다. 지난 2일 광저우 에버그란데와의 ACL 혈투 영향인지 선수들의 몸은 무거워보였다. 경기 후 최강희 감독도 “경기력이 너무 좋지 않았다”는 말로 한숨을 내쉬었을 정도다. 전반 3분 만에 터진 레오나르도의 PK골이 없었다면 무승부도 장담할 수 없었다.
↑ 가진 장점에 비해 단점도 적잖았던 계륵 레오나르도가 많이 변했다. 최강희 감독의 손을 타면서 팀을 위한 희생에 눈을 뜨고 있다. 사진= MK스포츠 DB |
최강희 감독은 서울전에 레오나르도를 선발로 출전시켰다. 2일 광저우전에 이어 2경기 연속 선발이다. 팀의 외국인 선수가 스타팅으로 나서는 것은 그리 놀라울 일이 아니다. 하지만 레오는 달랐다. 이전까지 최강희 감독은 레오를 주로 후반 중반 이후 조커로 활약했다. 광저우와의 경기 이전까지 레오나르도가 선발로 나선 것은 딱 한 경기에 불과했다.
이유가 있었다. 하나는 장점 때문이다. 폭발적인 주력과 강력한 킥을 갖춘 레오나르도는 상대의 체력과 집중력이 떨어진 이후 ‘뒤흔들기’에 적격이다. 최강희 감독은 “공간이 열린 상태에서 배후를 침투하는 능력은 레오가 단연 최고”라는 말로 그를 조커로 쓰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다른 이유는 단점 때문이다. 수비가담이 적고 근성과 투지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최강희 감독은 “수비력은 다소 부족하다. 선수들이 많이 바뀌어서 수비 밸런스가 중요한 지금 시점에서 그런 식이면 곤란하다”는 말로 풀타임으로 쓰지 않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사실 무언의 경고였다. 뛰라는 것이었다. 최강희 감독의 보이지 않는 자극과 함께 레오는 차츰 변하기 시작했다. 계속 채찍을 가하던 최강희 감독은 지난 광저우전을 통해서 당근을 내밀었다. 길들이기는 대성공이었다.
최강희 감독은 “저렇게 프라이드가 강한 선수들은 큰 경기에 유독 강하다. 광저우전을 앞두고 레오와 면담을 했다. 자신의 플레이보다 팀플레이에 신경을 쓰겠다고 하더라”라는 비하인드스토리를 밝혔다. 그리고 광저우전에서 레오는 MVP급 활약을 펼쳤다. 과거의 레오가 맞나 싶을 정도로 많이 뛰었다. 최종 스위퍼처럼 전북 진영 박스 안까지 내려가서 공을 걷어 내다가 어느새 광저우 진영 박스 안에서 호쾌한 슈팅을 날렸다. 공수 만점이던 레오는 후반 30분 이재성의 로빙 패스를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하면서 광저우의 골망을 흔들었다. 짜릿했던 1-0 승리의 주역이었다.
서울전을 앞두고 만난 최강희 감독은 “레오가 이제는 시켜만 주십시오 하더라. 그래서 믿고 내보낸다”면서 2경기 연속 선발로 내세운 이유를 전했다. 비록 후반 9분 이상협과 교체아웃 됐으나 플레이에 대한 문제가 있어서가 아닌 체력 안배를 위한 조치였다. 서울전에서도 레오는 부지런히 뛰었다. 아빠 최강희 감독의 적절한 당근과 채찍으로 레오나르도가 달라졌다.
소위 '한물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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