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표권향 기자]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 2군이 화성 히어로즈로 재탄생했다. 넥센은 지난해 11월 화성시와 업무 협약을 맺고 그 동안 전라남도 강진에서 활동해온 2군 연고지를 이곳으로 옮기기로 했다. 하지만 시작부터 순탄치 않다. 화성시가 약속한 기일 내에 야구장을 완성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넥센은 지난 4일 화성 히어로즈 베이스볼파크에서 KT위즈를 상대로 홈 개막전을 펼쳤다. 이날 경기에 앞서 넥센 2군 선수단은 “드디어 우리만의 구장이 생겼다. 감격스럽다”며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실망감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경기 내내 소음과 흙먼지, 미완성된 건축물과 그라운드 등으로 진행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는 넥센 뿐 아니라 KT에게도 불편한 현실이었다.
↑ 넥센 2군 선수단인 화성 히어로즈는 4일 2014시즌 홈 개막전을 가졌다. 하지만 완성되지 못한 구장 탓에 화성 히어로즈는 KT에 고개 숙여 사과를 해야만 했다. 사진=MK스포츠 DB |
화성시는 지난달 25일 MK스포츠와 전화 인터뷰에서 “넥센 2군 선수단을 위한 전용 실외 야구장과 실내 연습장 건설을 95% 완성시켰다”며 “프로야구 발전을 위해 퓨처스리그에 관심을 가졌다. 이때 넥센과 뜻이 맞아 MOU를 체결할 수 있었다. 야구장 전용 잔디를 깔았기에 강진구장보다 훨씬 좋은 환경에서 경기를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 앞에서 실망만 컸다.
이날 개막전에 앞서 조범현 KT 감독은 “이 곳에서 무슨 야구를 하겠느냐”며 불편한 심정을 털어놨다. 이에 김성갑 넥센 2군 감독은 “죄송하다. 다음에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사과했다. 결국 넥센은 남은 2연전을 원활하게 치르기 위해 급하게 성균관대학교 야구장을 빌렸다. 프로구단의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 겉보기엔 야구장의 모습을 갖췄다. 하지만 구장 주변은 공사장이었다. 사진=MK스포츠 DB |
야구장 출입도 어려웠다. 움푹 패인 구멍 때문에 제대로 걸을 수 없었다. 장비 가방을 가지고 이동하던 몇몇 선수들은 넘어지기도 했다.
경기 진행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그라운드 전체에 인조잔디가 깔려 있었고 전광판과 불펜이 갖춰져 있어 겉보기에는 여느 야구장과 비슷해 보였다. 그러나 전광판 전원은 켜지지 않았으며 스코어보드에는 아웃카운트 표시가 없어 경기의 흐름을 분간할 수 없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의 한 기록원은 “기본도 안 갖춰져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당장 경기를 치러야 할 그라운드는 더욱 열악했다. 곳곳에서 녹 슬은 대못이 발견돼 선수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었다. 실제로 강지광은 개막전에 앞서 훈련 도중 오른 엄지를 부상당해 경기에 출전하지 못 했다. 이는 강지광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다수의 선수들이 부실한 환경 탓에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 당초 계획대로라면 4일 화성 히어로즈의 홈 개막전에 맞춰 구장을 찾은 팬들을 위한 공간이 마련돼 있어야 했다. 하지만 여전히 공사 중이었기에 팬들에게도 사고의 위험이 발생하기도 했다. 사진=MK스포츠 DB |
구장 내에 화장실은 한창 공사 중이었다. 때문에 선수들은 경기 도중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근처에 있는 외부회사의 도움을 받거나 숙소까지 뛰어야만 했다. 거리는 약 300m 떨어져 있었다.
이날 약 50여명의 팬들이 야구장을 찾았다. 하지만 팬들의 편의를 위해 마련하기로 했던 관중석은 보이지 않았다. 철골 구조물만 세워져 있을 뿐 입장이 불가능했다. 결국 팬들은 그라운드 밖 공사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봐야 했다. 몇몇은 본부석 2층에 마련된 선수단 기록원석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10명 남짓 앉을 수 있는 관중석조차 자칫 발을 헛딛으면 아래로 떨어지기에 위험천만한 장소에서 단 5분도 견디지 못하고 자리를 옮겼다.
↑ 경기 중에도 공사는 한창이었다. 현장 소음으로 경기진행에 어려움을 겪었다. 사진=MK스포츠 DB |
넥센 측 관계자는 “화성시와 의미 있는 출발을 했다. 서로 역할 부담을 한 부분에 대해 시간차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좋은 여건에서 경기할 수 있을 거란 부푼 기대를 가졌던 선수들에게 미안하다. 또 앞으로 손님구단을 맞아 경기를 치러야한다는 사실에 걱정이 앞선다”며 한 숨 쉬었다.
서울에서 화성까지 찾은 고은별(21·대학생) 씨는 “공사가 덜 된 현장을 보고 깜짝 놀랐다. 열악한 환경에서 경기를 해야 한다는 것에 속상하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이어 고은별 씨는 “관중석은 차후의 일이지만, 식당과 화장실이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또한 야구장 주변 공사로 인해 공기가 탁해 선수들의 건강이 염려된다”고 말했다.
↑ 그라운드도 완벽하지 않았다. 그 주변은 더 열악했다. 야구장으로 걷다 넘어지는 선수들도 여럿 있었다. 사진=MK스포츠 DB |
퓨처스리그 발전을 위해 시작한 신개념 프로젝트의 첫 인상은 불쾌했다. 불안한 현실 속에 어느 구단이 시와 연합해 다음 주자로 나설지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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