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표권향 기자] 2014 프로야구 개막 전 그라운드를 뜨겁게 달군 선수 가운데 강지광(24·넥센 히어로즈)을 빼놓을 수 없다. 강지광은 이번 시범경기에서 전 경기(12경기) 출전해 타율 2할9푼4리 3홈런 5타점 3도루 7득점을 기록, 홈런 부문 3위, 장타율(0.618) 부문 2위에 이름을 올렸다. 강지광의 등장으로 넥센의 ‘핵타선’은 더욱 강해졌다.
하지만 지난해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한 강지광은 야수로서 경험을 쌓기 위해 1군이 아닌 2군에서 올 시즌을 시작했다. 강지광은 퓨처스리그 2경기에 나가 타율 3할3푼3리 2홈런 2타점을 기록하며 여전히 화끈한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혜성처럼 등장했다 사라진 강지광. 시범경기 내내 ‘탈LG 효과’라는 꼬리표를 달았던 그가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그의 안부를 궁금해 하는 야구팬들을 위해 MK스포츠가 직접 만나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 강지광의 등장으로 넥센의 "핵타선"이 더욱 강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2군에서 올 시즌을 시작한 강지광은 1군으로의 정식 진입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사진=넥센 히어로즈 |
▲ 잘 지내고 있는가. 많은 야구팬들이 강지광의 소식을 궁금해 한다.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 부상을 당하기는 했으나, 상태가 나쁘진 않다. 현재 김민준(20·외야수)과 함께 방을 쓰고 있다. 가끔 함께 지내는 선수들이 나에게 ‘1군 형들은 어떻게 훈련하는가. 어떻게 하면 형들처럼 야구를 잘 할 수 있느냐’라고 묻는다. 아직 부족하지만, 내가 1군에서 배운 것 가운데 조금이나마 동료들에게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다면 많이 이야기해주려고 한다.
▲ 1군에서 보고 배운 것이 무엇인가. 어떤 점에 대해 이야기 해주었는가.
1군 형들을 상대하려면 기술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체력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상대 투수가 140km 후반대 직구를 던지는데 이는 보통 공이 아니다. 그들에게 강한 후광이 느껴진다. 때문에 상대를 이겨내지 못한다면 절대 살아날 수 없다. 기술이 약간 부족하더라도 체력적으로 힘이 있다면 버텨낼 수 있는 것 같다. 1군에 있으면서 가장 크게 와 닿았던 부분이다.
▲ 그런데 어쩌다 부상을 당했는가. 2군에서 많은 경기에 출전해 경험을 쌓아야하지 않는가. 그게 염경엽 감독이 강지광에게 내준 과제라 들었다.
새로운 구장(화성 히어로즈 베이스볼파크)에서 실시된 첫 훈련에서 슬라이딩 도중 왼 엄지를 다쳤다. 병원진료를 위해 KT와의 경기에는 출전하지 못했다. (넥센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그라운드의 상태는 겉보기와 다르게 미완성 상태였다고 한다. 화성시가 약속한 기일 안에 공사를 마무리 짓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내게 가장 필요한 건 경험이다. 2군에서도 야구를 잘 할 수 있도록, 또 (야수로서) 완전히 적응할 수 있도록 많은 경기에 나가려고 했다. 그래야 1군에서도 잘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강지광은 2014시즌 시범경기(12경기)에서 3홈런을 터트린데 이어 퓨처스리그(2경기)에서도 2홈런을 기록하며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 이제 막 시즌이 시작됐다. 경기에 나가지 못한다는 것에 대해 아쉽지 않은가.
많이 아쉽다. 2군으로 내려갈 날짜는 감독님께 미리 들은 상태였다. 염경엽 감독님께서 내가 2군에 가기 하루 전날 부르셔서 ‘일단 부상을 조심하라’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벌써 부상을 당해 죄송하다. (오른 엄지를 움직이며) 며칠 치료를 받으면 완전히 나을 것 같다. 기분은 완전히 괜찮은 것 같다.(웃음) 빨리 야구하고 싶다.
▲ 지난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부터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 그리고 이번 시범경기까지 야구계와 언론이 강지광에게 집중했다. 대부분의 주요기사에 이름을 걸었다.
솔직히 부담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감사한 마음이 더 컸기에 나를 생각할 틈이 없었다. 팬들의 관심과 응원이 큰 힘이 됐다. 빈말이라도 감사했다. 덕분에 꿈과 목표가 생겼고 더 집중했다. 아직 이 목표를 이룰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계기로 야구에 임하는 자세를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다. 이렇게 말이라도 해야 이를 꼭 이루기 위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 1군에 있으면서 어떤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가.
사실 30홈런을 친다는 기사가 나갔을 때 걱정이 앞섰다. 내 첫 기사였다. (기자:나와 함께 했던 인터뷰 아니었는가) 맞다. 내가 2차 드래프트로 넥센으로 온지 얼마 안 돼서 한 인터뷰였다. 솔직히 나는 그런 선수가 아니었기에 내가 정말 잘 해낼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 말이 경기를 하는데 어느 정도 흘러가는 부분이 있었다. 자신감이 중요한 것 같다. 나도 내가 이렇게 될 줄 몰랐다. 아직 1군에서 정규리그를 시작하지 않아 잘 해낼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때가 시발점이 됐다.
↑ 염경엽 감독과 김성갑 2군 감독을 비롯해 넥센의 코칭스태프는 강지광의 강한 정신력과 야구에 대한 열정에 대해 칭찬했다. 지난 1월 10일 강지광은 목동구장에서 눈을 맞으며 나홀로 타격훈련에 매진했다. 사진=표권향 기자 |
▲ 나도 감사하다. 잘 해낼 줄 알았다.(웃음) 그렇다면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언제였는가. 혹시 첫 타석에서 홈런 친 날이었는가.(강지광은 지난달 8일 목동 두산과의 시범경기 개막전에서 유희관을 상대로 3회 솔로홈런을 터트렸다)
그날은 홈런을 쳐서 기분 좋아하기 바빠 얻은 건 없었던 것 같다. 솔직히 어떻게 쳤는지 기억도 안 난다. 3월 13일 SK전에서 레이예스를 상대로 1회와 4회에 2개 홈런을 친 날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후 양현종 선배와 심동섭에게 삼진을 당했다. 특히 마지막 시범경기에서 안지만 선배에게 삼진으로 돌아섰다. 이 경기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항상 수비에서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욕심이 컸다. 시범경기에서 홈런을 쳤다하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 시범경기를 마치고 많은 생각이 들었을 것 같다. 코칭스태프가 따로 해준 말이 있는가.
시범경기를 통해 얻은 것은 ‘욕심을 버리자’다. 박병호 선배는 타석에 설 때 단 한 번도 홈런을 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스프링캠프 동안 욕심을 부리면 어떻게 된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내가 타석에서 욕심을 내고 있었다. 왜 이런 생각을 하면 안 되는가에 대해 깨달았다. 시범경기의 마지막 타석이었던 안지만 선배와의 승부 이후 허문회 타격코치님께 ‘혼자 야구를 하려한다’고 혼났다. 더그아웃에 있는 선수들과 경기에서 이기기 위해 있는 선수들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혼자 뭘 해내려고 했다는 것에 내가 굉장히 이기적이었다는 생각이 들어 많이 후회했다. 이를 성장과정이라 생각하고 2군에서도 절대 홈런을 치겠다는 생각을 하며 타석에 서지 않고 있다. 항상 팀을 위해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 이번 시범경기의 첫 상대가 친정팀 LG였다. 오랜 동료들과의 재회가 반가웠을 것 같다. 그런데 연타석 홈런으로 넥센의 승리를 이끌었다.
구리에 도착했을 때 LG 코치님들과 선수들이 나를 반겨주며 축하해줬다. 힘들었던 기억이 많이 났다. 또 같은 마음을 가진 선수들을 다시 만나니 더 반가웠다. 내가 아는 식구를 만났으니깐...
▲ ‘탈LG 효과’란 소리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결과 때문인지 느낌이 이상했다. 그 경기에서 평소 친하게 지내던 (김)지용이형 공도 쳐봤다. 그런데 뜬공으로 아웃됐다. 내 성격은 평화주의자다.(웃음) 가끔 그런 이야기를 듣긴 하지만, 감히 내가 어찌 이에 대해 말할 수 있겠는가. 이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강지광은 끝까지 ’탈LG 효과’라는 말 조차 하지 않았다) 2군 선수들은 1군에 올라가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한다. 팬들도 이 선수들이 열심히 하는 선수들이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 분명 성적으로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선수들도 잘 알고 있다.
↑ 염경엽 감독은 2014시즌 개막에 앞서 강지광을 2군으로 내려 보냈다.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한 강지광이 야수로서 많은 경험을 쌓아 오랜 기간 야구선수로서 성공하길 바랐기 때문이었다. 사진=MK스포츠 DB |
▲ 염경엽 감독과 김성갑 2군 감독을 비롯해 코칭스태프가 강지광의 정신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야구란, 강지광에게 어떤 존재인가.
어떤 부분에서 멘탈이 좋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나는 단지 야구를 사랑한다. 야구를 잘하든 못하든 그라운드에 있을 때가 즐겁다. 야구는 내 인생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야구에는 나만의 이야기가 있다. 사람들은 보통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 등 스펙을 따진다. 난 그런 부분에서 내세울 것이 없다. 하지만 야구에는 나만의 이야기가 있어 재밌다. 앞으로 하고 싶은 야구를 하면서 내 이야기를 써내려가려면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
▲ 그렇다면 본인의 장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나는 절대 완벽하지 않다. 감히 좋은 선수들 앞에서 나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 할 수 있는가. 방망이를 잘 칠 때도 못 칠 때도 있다. 한 경기엣 4타서 4안타를 치더라도, 다른 경기에서는 4타석 삼진 4개를 당할 수도 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하지만 약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모두 내가 경험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하루하루가 재산이다. 2군에서 수비와 주루플레이에 집중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내가 이런 것도 시도해볼 수 있구나란 걸 깨닫고 있다. 또한 나의 이점을 보완하기 위해 내가 가진 무기를 더 강하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경기를 통해 몰랐던 장점을 찾아가겠다.
▲ 2군에서 경험을 쌓으면 1군 진입은 어렵지 않다고 한다.
1군 등록이 보장됐다는 언급은 하지 않았다. 굉장히 조심스런 부분이다. 나도 동료들과 어떻게 하면 1군에 올라
김성갑 감독은 강지광에 대해 “눈에 들어오는 제 1순위 선수”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강지광은 멘탈이 정말 강한 선수다. 긍정적인 성격 때문인지 그를 보면 웃음이 절로 난다. 변함없이 항상 열심히 하기에 더 챙겨주고 가르쳐주고 싶은 선수”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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