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상암) 임성일 기자] 만우절 거짓말 같은 결과가 나왔다. 패색이 짙었던 FC서울이 팬들과 함께한 간절한 염원으로 극적인 무승부를 만들어냈다. 추가시간 하파엘의 PK 동점골과 함께 ‘서울극장’이 상영됐다.
FC서울이 4월의 첫날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산프레체 히로시마와의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 4차전에서 2-2로 비겼다. 1-1 상황이던 후반 24분 히로시마의 한국인 수비수 황석호에게 발리슈팅을 허용해 패색이 짙었던 서울은 후반 추가시간에 터진 짜릿한 동점골로 패배의 수렁에서 벗어났다.
↑ FC서울이 홈에서 열린 히로시마와의 ACL 4차전에서 2-2로 비겼다. 종료직전 극적인 PK가 서울을 살렸다. 사진(서울 상암)= 김재현 기자 |
더욱이 서울에게는 더 중요한 한판 승부였다. 서울은 지난 3월19일 히로시마 원정에서 1-2로 패했다. 승자승 원칙이 적용되는 룰을 감안할 때 만약의 상황(승점 동률)을 대비해 안방에서 열리는 히로시마와의 리턴매치에서는 균형을 맞춰야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시작부터 꼬였다.
전반 20분 먼저 실점을 허용했다. 서울 지역 페널티 에어리어 오른쪽 부근에서 요지로가 올린 크로스가 박스 안으로 떨어진 것을 깨끗하게 처리하지 못한 것이 빌미였다. 혼전 중 미드필더 나츠다의 오른발에 걸리면서 서울의 골문이 열렸다.
선제골이 히로시마 쪽에서 터지면서 부담의 엇갈림이 커졌다. 안방에서 꼭 승리가 필요한 FC서울과 원정에서 무승부 이상이면 만족스러운 히로시마의 심리적인 부담이 같을 수 없었다. 서울은 투박하더라도 계속 공격을 할 수밖에 없었고 히로시마는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하면서 필요한 때 역습을 취하는 방식으로 경기를 운영할 수 있었다. 보이는 주도권은 서울이 잡고 있는 형국이었다. 하지만 부정확한 패스의 남발과 함께 서울의 공격은 효율적이지 못했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일찌감치 교체카드를 꺼내들었다. 후반 시작과 함께 에스쿠데로를 빼고 하파엘을 투입했다. 하파엘이 전방에 배치되면서 보다 적극적인 운영을 펼친 FC서울이다. 앞서 언급했듯 홈에서 무승부도 만족할 수 없는 서울 입장에서는 당연한 행동이었고 이는 다행히 빠른 효과를 보았다.
후반 8분 만에 동점골이 터졌다. 주인공은 윤일록이었다. 상대의 공을 가로채 빠르게 역습을 취하는 과정에서 멋진 골이 터졌다. 왼쪽 측면을 돌파하던 윤일록은 중앙에 있던 고요한과의 리턴패스를 주고받은 뒤 박스 안으로 쇄도, 골키퍼의 움직임을 파악한 뒤 가볍게 밀어 넣는 감각적인 슈팅으로 히로시마의 골문을 열었다. 후반 이른 시간에 동점이 되면서 서울은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이후로도 서울의 파상공세가 이어졌다. 고요한 윤일록 하파엘이 빠르게 히로시마 지역을 침투하면서 수비진을 흔들었다. 하지만 역습 과정에서 어이없이 추가실점을 내줬다. 후반 24분, 서울 지역 오른쪽에서 올라온 크로스가 골문 쪽이 아닌 페널티 에어리어 후방으로 연결됐고 마크맨 없이 홀로 있던 히로시마의 수비수 황석호가 강력한 오른발 발리 슈팅으로 골문을 출렁이게 만들었다. 불과 5분 전 교체 투입됐던 황석호 카드가 성공한 셈이다.
흐름을 타던 서울로서는 뼈아픈 실점이었다. 최용수 감독은 후반 31분 강승조를 빼고 이상협을 투입했다. 남은 시간동안 그야말로 ‘무조건 공격해’를 외쳤다. 이 간절함은 결국 통했고 종료 4분을 남기고 기적 같은 기회가 찾아왔다. 코너킥 상황에서 하파엘이 상대의 반칙을 얻어내면서 PK를 만들어 냈다. 하지만 하늘이 서울을 외면했다. 키커로 나선 오스마르의 슈팅이 골키
그러나 ‘만우절’ 같은 거짓말이 나왔다. 추가시간에 다시금 PK가 선언된 것. 이번에는 하파엘이 키커로 나섰고 기어이 골망을 흔들면서 2-2 무승부를 만들어냈다. 종합전적 1승2무1패가 된 FC서울은 16강 진출의 희망을 이어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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