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차와 포를 뗀 것은 물론이고 마와 상도 없이 장기를 두는 격이다. 4월의 첫날 오후 9시(한국시간) 중국 구이양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귀저우 런허와의 ACL H조 조별예선 4차전을 앞두고 있는 울산현대의 상황이다.
조별예선 반환점을 돈 현재 울산은 2승1무 승점 7점으로 웨스턴시드니 원더러스(승점 6점)를 제치고 H조 1위를 달리고 있다. 4차전에서 상대할 귀저우 런허는 1무2패, 겨우 승점 1점을 획득한 최하위다. 원정이기는 하나 일찌감치 16강 진출을 결정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게다 귀저우가 따낸 승점 1점은 하필 지난 3월19일 울산을 상대로 원정에서 1-1 무승부로 챙긴 승점이다. 울산으로서는 자존심 회복의 무대이기도 하다.
↑ 조민국 감독이 위기를 자초했다. 김신욱 하피냐 이용 등 간판들을 모두 제외하는 무모한 도전을 택했다. 하지만 시즌 전체를 위해서는 필요한 도전이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언급한 이들은 정규리그와 ACL 모두 선두를 달리고 있는 ‘업그레이드 철퇴축구’의 핵심들이다. 이들이 빠진 울산은 상상하기 어렵다.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에 조민국 감독은 가상의 현실을 만든 것이다.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무모한 도전이기는 하지만 결국 필요한 도전이기도 하다. 경기를 하루 앞둔 공식기자회견에서도 조민국 감독의 속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조 감독은 “김신욱과 하피냐, 투톱을 빼고 귀저우 원정길에 왔다. 개인적으로 두 선수를 제외하고 경기를 하고 싶었던 상황이 여러 번 있었다. 두 선수 없이 다른 선수들이 어떤 경기를 펼칠지가 상당히 궁금하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차포를 떼고 경기를 해보고 싶은 때가 있었으나 결국은 강수를 두지 못했다는 고백인데, 때문에 아예 미련을 둘 수 없도록 엔트리에서 제외시켰다는 이야기였다.
이어 조민국 감독은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경기력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두 선수 없이 치르는 경기에 대해서 장단점을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말로 기대하는 효과에 대해 설명했다. 김신욱과 하피냐는 현재 울산 전력에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이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이 빠진 ‘상상하기 싫은 현실’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당장 지난해에 울산은 그 아픔을 겪었다. 시즌 우승을 결정짓는 마지막 라운드에서 김신욱이 경고누적으로 빠져야했고, 울산은 포항에게 거짓말처럼 트로피를 내줬다.
그런 드라마 같은 시나리오가 또 발생될 확률은 적겠으나 정규리그와 ACL을 병행하는 강행군 속에서 언제든 예기치 않은 일은 벌어질 수 있다. 조민국 감독은 아직 여유가 있는 시점에서 그 가상의 현실에 부딪히기로 결심한 것이다. 캡틴 김치곤을 제외하고는 강민수 이용 김영삼 등 포백라인 핵심들을 제외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이기면 좋겠으나 져도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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