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세 번의 위기, 두 번은 이겨냈으나 다른 한 번은 무너졌다. 류현진은 혼자 힘으로 두 차례나 극복했는데 LA 다저스는 그렇지 못했다.
다저스가 31일(한국시간) 시즌 첫 패배를 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게 1-3으로 역전패했다. 호주 개막시리즈 2연승의 오름세를 잇지 못했다. 7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쳤던 류현진의 시즌 2승도 함께 날아갔다.
↑ LA 다저스는 31일(한국시간) 8회 무너지면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게 1-3으로 역전패했다. 사진(美 샌디에이고)=조미예 특파원 |
그런데 다저스는 류현진이 떠난 뒤 속절없이 무너졌다. 불펜도, 야수도 엉망이었다. 어렵게 지켜나가던 1점차 리드를 너무 허무하게 빼앗겼다.
류현진은 최고였다. 찬사도 아깝지 않다. 경기 초반 분명 류현진은 흔들렸다. 제구가 잘 안 잡혔고, 샌디에이고 타선도 참 끈질겼다. 그러나 류현진의 집중력이 더 대단했다.
류현진은 1회 무사 2,3루에서 체이스 헤들리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은 뒤 제드 저코를 고의4구로 내보내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욘더 알론소와 승부해, 병살타를 노리겠다는 복안이었다. 그리고 그 의도대로 93마일의 빠른 공으로 알론소를 투수 앞 땅볼로 유도해 병살타로 연결했다.
2회에도 토미 메디카와 윌 베나블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서 무사 1,2루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류현진은 침착했다.
류현진은 레네 리베라를 우익수 플라이로 잡았고 앤드류 캐슈너의 희생번트로 2아웃까지 만들었다. 주자가 한 베이스씩 진루해 2,3루가 됐지만 류현진은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에베스 카브레라와의 대결에 집중했다. 그리고 예리한 86마일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을 잡았다.
이후 위기는 없었다. 류현진은 16타자 연속 아웃 처리하는 등 압도적인 투구를 펼쳤다. 류현진의 호투 속에 다저스는 위기를 겪지 않았다.
그런데 류현진이 마운드를 내려간 후 다저스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그리고 류현진 없이는 힘들었다.
‘필승조’ 브라이언 윌슨이 8회 류현진의 바통을 이어받았는데, 첫 타자인 대타 세스 스미스에게 밋밋한 슬라이더를 던졌다가 동점 홈런을 허용했다. 류현진의 승리투수 요건이 상실된 한방이었다.
다저스의 문제는 그 이후였다. 지난해 평균자책점 0.66을 자랑한 윌슨은 그 안정감을 잃었다. 대타 야스마니 그랜달을 볼넷으로 내보내더니 에베스 카브레라의 번트 타구를 놓쳤다. 1사 2루가 무사 1,2루가 됐다.
윌슨의 불안감은 내야진으로 전이됐다. 수비 미스로
류현진이 없는 가운데 딱 한 번의 위기였다. 그러나 류현진 없이는 위기를 극복하지 못한 다저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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