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서민교 기자] LG 트윈스의 도박이 화끈한 잭팟을 터뜨렸다. 고졸 신인 투수 임지섭(19)이 류현진(28‧LA 다저스) 이후 8년 만에 고졸 데뷔전 승리 투수가 됐다. 그 뒤에는 약속을 지킨 LG 선배들의 든든한 지원이 있었다.
임지섭은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의 개막 시리즈 2차전 파격 선발로 등판해 5이닝 1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임지섭은 11-1로 앞선 6회말 마운드를 내려가 선발 투수로서 책임을 다했다.
↑ 3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3회말 LG 임지섭이 포수 최경철과 대화를 나누며 미소짓고 있다. 사진(잠실)=옥영화 기자 |
임지섭은 감격적인 데뷔전 승리 이후 선배들에게 공을 돌렸다. 임지섭은 “오늘 첫 등판이라 쉽지 않았는데, 승리 투수가 되어 기쁘다”며 “어제 훈련 끝나고 선배님들이 점수를 많이 내줄 테니 편하게 던지라고 하셨다. 선배님들께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첫 단추를 잘 끼운 만큼 계속 좋은 성적 올리는 투수가 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경기 막판 LG 더그아웃은 임지섭의 승리가 눈앞에 다가오자 술렁였다. 임지섭 주변에는 선배들이 몰려들어 격려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SK 와이번스와의 홈 개막전 선발 등판을 앞둔 류제국도 임지섭의 옆에 붙어 끊임없이 조언을 했다. 스프링캠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봉중근은 대선배들 앞에서 주눅 들어 있는 임지섭에게 "선배들 눈치 보지 말고 너 하고 싶은대로 자신있게 해라"라고 따뜻한 말 한 마디를 남기기도 했다.
이진영은 이날 올 시즌 첫 만루 홈런을 폭발시키며 임지섭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 됐다. 캡틴다운 역할이었다. 이진영은 경기를 마친 뒤에도 자신의 만루포보다 까마득한 후배 임지섭의 데뷔승을 축하했다.
이진영은 “임지섭의 프로 첫 승에 보탬이 돼 기쁘다”면서 “점수를 많이 내서 지섭이를 마운드에서 편하게 해주려는 마음으로
김기태 감독도 임지섭의 데뷔승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좋은 투수가 나와서 팀에 큰 보탬이 되어 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웃었다.
뜻하지 않은 임지섭의 대형 사고(?)에 개막전 역전패를 당했던 LG 분위기는 최고조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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