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프로농구 플레이오프가 한창이고, 여기 D리그는 4월초에 정규리그가 끝난다. 그리고 항상 이 시기에 맞물리는 프로야구 개막. 뜬금없지만, 야구 이야기를 좀 하려고 한다. 내 친구 김선우가 두산 베어스에서 LG 트윈스로 팀을 옮겨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사실 난 농구 다음으로 야구를 좋아한다. 어린 시절 삼성 라이온즈 야구 회원 출신이다. 특히 성준, 류중일, 장효조, 김시진 등이 뛰던 삼성의 팬이었다. 그래서 야구에 관심이 많다. 한국에 있을 때 비시즌이면 잠실구장도 많이 갔다.
↑ 대학 시절부터 김선우(LG 트윈스)와 절친한 사이인 이규섭 산타크루즈 코치가 개막전 선발 등판을 앞둔 친구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사진=이규섭 제공 |
특히 선우와는 친하게 지내는 사이다. 선우는 대학 때 굉장히 조용했다. 그리고 우리 동기들끼리 맥주를 마시는 곳에서도 볼 수 없었다. 처음에는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곧 이해하게 됐다. 그것도 신문을 보고 나서. 선우가 메이저리그에 입단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정말 충격이었다. 도대체 얼마나 잘했었기에…. 그 후에는 가끔 연락을 전해 듣는 정도였다. 그러다 내가 프로에 입단하고 삼성에서 첫 시즌 우승을 한 뒤 쉬고 있을 때 선우가 한국에 잠시 들어왔다.
우린 오랜 만에 다시 만났다. 살다 보면 그런 친구가 있다. 자주 만나지 않고 가끔 안부를 묻고 격려를 해주는데도 오랜 시간 같이 있는 것 같은 편한 친구. 선우가 그랬다. 이건 사실 나한텐 창피한 이야기인데, 그때 나도 미국에서 뛰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군대 문제가 있어서 포기했지만, 사실 그 당시 지금의 D리그 같은 하부리그에서 한 번 뛰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하하. 그래서 선우한테 마이너 생활에 대해 많이 물어보고 답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선우가 다시 한국에 들어오고 나서 난 매 시즌이 끝나면 선우가 등판하는 경기를 보러 다녔다. 그리고 서로 각자 시즌 중 격려도 많이 하고 못하면 약을 올리고 놀리기도 했다. 그런데 이젠 난 현역 선수가 아니고 선우는 또 다른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 김선우는 29일 잠실 LG-두산 개막전 선발 투수로 나선다. 두산이 아닌 LG 유니폼을 입고 얄궂은 운명의 한 판을 벌인다. 사진=MK스포츠 DB |
특히 미국의 마이너 생활은 한국과는 정말 다르다. 예를 들면 식사를 할 때 여기는 다 각자 알아서 먹는다. 우리처럼 모여서 같이 하는 것이 아니다. 선우를 통해 들어 알고 있었지만, 처음엔 어찌나 당황스러운지 몇 번은 그냥 모르고 굶게 되더라. 또 이동도 구단 버스로 하지 않는다. 공항에서 렌트를 한 밴이 5대 정도 움직일 때도 있고 버스를 대절할 때도 있다. 그래서 짐은 최소한으로 챙겨야 한다. 그리고 5시간 정도의 거리는 다 차로 이동한다. 용품도 그렇다. 트레이닝복 한 벌, 농구화 한 켤레로 일단 시즌을 치른다. 이 모든 것이 마이너의 설움이다.
선우는 미국에 가면 무조건 안 되는 영어라도 시도를 하라고 했다. 아직 영어를 잘하진 못하지만 선우 말대로 무조건 들이댔다. 그랬더니 이제는 팀 선수들이 내 ‘콩글리쉬’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부끄럽지만 이방인인 내가 살기 위한 방법이다.
나는 은퇴를 앞두고 고민을 하던 시기에도 선우와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조언을 얻기도 했다. 그런데 우연의 일치인가. 바로 1년 후 선우가 비슷한 입장이 됐다. 나는 당시 은퇴로 결정을 했지만, 선우는 새로운 도전에 나서기로 했다. LG행이었다. 얼마 전 선우와 전화통화를 했다. 새로운 곳에서 잘 적응하고 시즌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모든 게 새롭지만 잘 준비 중이라고 했다. 역시 잘하고 있었다.
↑ 김선우에 대한 응원글을 남긴 이규섭 트위터. 사진=이규섭 트위터 캡쳐 |
선우는 배테랑이다. 배테랑의 존재는 팀에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선우의 경험이나 조언 그리고 위기에서 대처하는 능력 등 모든 것들의 노하우가 있다. 미국에서는 그런 경험들을 더 높게 평가하고 인정하고 있다.
선우가 LG에서 개막전 선발 투수로 등판할 것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역시 내 친구 선우답다. 자랑
“선우야, 개막전 첫 승 믿는다. 여기서 항상 응원할게!”
[전 삼성 농구선수/현 산타크루즈 어시스턴트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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