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호주, 시드니) 서민교 기자]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27‧LA 다저스)이 4만여명이 가득 찬 호주 시드니 크리켓 그라운드를 울렸다. 류현진이 던진 87구에는 큰 의미가 있었다.
1회말 첫 등판부터 엄청난 환호를 받으며 마운드에 선 류현진은 투타에서 눈부신 활약을 마치고 5회말 마운드를 내려갈 때도 박수가 쏟아졌다. 류현진은 한국 교민들은 물론 야구에 무관심했던 호주 야구팬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 LA 다저스 투수 류현진이 23일(한국시간) 호주 시드니 크리켓 그라운드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2014 메이저리그 개막 2차전에 선발 등판해 전력을 다한 피칭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호주, 시드니)=김영구 기자 |
류현진은 방망이도 화끈했다. 첫 타석에서 시즌 첫 안타에 주루플레이, 득점까지 엮는 깜짝 선물도 선사했다. 다저스는 류현진의 호투에 힘입어 애리조나를 7-5로 꺾고 호주 개막 시리즈 2연승을 챙겼다.
호주 야구는 인기 스포츠가 아니다. 메이저리거들은 대거 배출했지만, 호주 내에서는 무관심해 불모지에 가깝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글로벌 정책으로 사상 첫 호주 개막전이 개최됐다. 호주 프로야구리그의 지분을 75% 갖고 있는 메이저리그의 막대한 투자가 투입됐다.
흥행은 성공적이었다. 4만6000석 규모의 시드니 크리켓 그라운드는 엄청난 야구팬들로 북적였다. 빈자리가 눈에 띄긴 했지만, 야구장 밖에서는 암표상이 등장하기도 했다. 현지 관계자에 따르면 “여기 있으면서 야구 경기에 암표를 파는 모습은 처음 본다”고 했다. 메이저리그가 야구 호주의 야구 붐 조성을 위해 타깃으로 정한 효과였다.
그 중심엔 류현진이 서 있었다. 개막 시리즈 2선발로 나선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한국인 투수 사상 처음으로 팀에 승리를 안겼다. 다저스에서 유일한 아시아인인 류현진의 호투에 호주 야구팬들도 감동했다. 야구가 미국인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상징적 의미였다.
↑ 류현진이 선발 등판한 메이저리그 경기를 보기 위해 호주 시드니 크리켓 그라운드 입장을 기다리는 호주 야구팬들. 사진(호주, 시드니)=김영구 기자 |
또 한국에서 호주까지 날아온 한국 팬들도 있었다. 오직 류현진의 투구를 보기 위해 호주행 비행기에 올랐다. 한화 이글스 여성 팬인 박시현(32)씨는 “류현진 선수를 한화 때부터 응원해서 여기까지 왔다. 그런데 아직 만나 보지도 못했다”며 “이렇게 일찍 내려갈 줄 몰라 더 아쉽다. 발목을 조금 다친 것 같아 안타깝다. LA도 가서 응원을 해야겠다”고 열정적인 응원 메시지를 남겼다.
류현진도 한국 교민들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과시했다. 류현진은 호주 현지에 도착한 뒤
류현진도 한국 교민들도 약속을 지켰다. 류현진은 열심히 던지고 열심히 뛰었다. 호주 교민들은 류현진을 연호하며 목이 터져라 응원을 했다. 류현진은 호주 야구팬들에게 시즌 첫 승의 감격적인 선물을 덤으로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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