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호주, 시드니) 서민교 기자] ‘태극기 그리고 D.S.KOO 15’
호주 야구대표팀 투수로 마운드에 선 구대성(45‧시드니 블루삭스)이 뜨거운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에게는 ‘한국의 혼’이 짙게 배어 있었다.
구대성은 지난 20일(이하 한국시간) 호주 시드니 크리켓 그라운드에서 열린 LA 다저스와의 연습경기에서 투혼이 실린 역투를 펼쳤다. 다저스 중심타선을 상대로 2-0인 7회초 마운드에 올라 1이닝 퍼펙트를 기록했다.
↑ 호주 야구대표팀 유니폼을 처음 입고 마운드에 선 구대성의 글러브에 선명한 태극기 문양이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사진(호주, 시드니)=김영구 기자 |
구대성은 안드레 이디어-후안 유리베-스캇 반 슬라이크로 이어진 다저스 중심타선을 노련한 투구로 내야땅볼과 외야뜬공으로 침묵시켰다. 1이닝을 깔끔한 완벽투로 마친 뒤 마운드를 내려간 구대성을 향해 호주 홈팬들은 탄성과 함께 아낌없는 박수를 쏟아냈다.
이날 구대성은 호주대표팀 유니폼을 처음 입고 마운드에 올랐다. 그의 유니폼 앞에는 ‘AUSTRALIA(오스트레일리아)’라고 새겨져 있었지만, 그의 글러브에는 태극기가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당시 크리켓 그라운드에서 ‘KOREA’를 가슴에 새긴 채 일본을 꺾고 동메달을 획득했던 구대성이었기에 그 의미는 더 컸다.
그리고 또 하나. 그의 글러브에는 ‘대성불패’의 상징인 등번호 ‘15’가 또렷하게 새겨져 있었다. 태극기 옆에 ‘D.S. KOO 15’로 이니셜을 새겨 넣었다.
↑ 구대성이 호주 시드니 크리켓 그라운드에서 류현진을 만나 커브에 대한 비법을 전수하고 있다. 한화 이글스 시절 등번호 15번과 99번의 인연이 있는 둘의 글러브가 눈에 띈다. 사진(호주, 시드니)=김영구 기자 |
현재 한화에서는 유창식이 그 계보를 이어받아 15번을 달고 뛰고 있다. 구대성은 2010년 은퇴 기자회견에서 “영구결번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누가 내 배번을 쓴다면 기꺼이 내줄 것이다. 내 배번을 달고 뛰어난 성적을 거둬준다면 나에게도 좋은 일”이라며 당시 좌완 최대어였던 유창식에게 15번을 물려줬다.
구대성의 현재 소속팀 시드니 블루삭스와 호주대표팀 등번호는 30번이다. 15번을 달지 못한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다. 15번은 시드니에서 야구 뿐 아니라 전체 스포츠 팀에서 영구결번으로 지정된 등번호였기 때문이다.
구대성은 한국, 일본, 미국을 거쳐 호주까지 4개국 프로야구를 경험하고 있다. 그에게 더 이상 등번호는
숨겨져 나오는 구대성의 ‘토네이도 투구’처럼 그의 글러브에는 한국 그리고 진정한 야구의 혼이 숨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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