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컷 MK스포츠(호주, 시드니) 서민교 기자] 사상 최초로 호주에서 열리는 2014 미국 메이저리그 개막 시리즈에 시드니가 들썩이고 있다.
그러나 티켓을 구하기 만만치 않다. 2선발이 확정된 류현진(27‧LA 다저스)의 경기를 보기 위해선 주머니에서 뭉칫돈을 꺼내야 가능해 호주 현지 한국 팬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 호주 시드니 국제공항 대형 전광판을 장식한 LA 다저스 선발 투수 류현진. 사진(호주, 시드니)=김영구 기자 |
시드니는 벌써부터 메이저리거들을 맞을 준비로 들떠 있다. 시드니 국제공항에서는 다저스와 애리조나의 개막전 광고를 대형 전광판을 통해 실시간으로 홍보하고 있다. 주요 선수들은 물론 선발로 확정된 류현진과 커쇼의 사진을 앞세워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호주는 야구 불모지에 가깝다. 풋볼, 럭비, 크리켓, 축구, 농구, 테니스, 골프 등의 인기에 크게 못 미친다. 파산을 경험하기도 했던 호주야구리그는 2009년 새로 설립돼 2010-11시즌부터 재개했다. 2010년 한화 이글스에서 은퇴한 이후 호주에서 제2의 야구인생을 시작한 구대성(45‧시드니 블루삭스)이 몸담고 있는 리그다. 구대성은 호주 영주권 보유자 자격으로 20, 21일 호주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다저스, 애리조나와 연습경기를 가질 예정이다.
지난해 6월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호주 개막전 일정을 공식 발표하면서 호주 내 야구에 관심도는 꽤 높아졌다. 호주야구리그 2013-14시즌 관중수도 급증하는 효과를 보고 있다.
메이저리그 개막전이 오는 주말로 다가오면서 현지 반응도 뜨겁다. 시드니에 위치한 한 호텔 관계자에 따르면 “야구는 미국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지만, 호주에서는 일반적으로 인기가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라면서 “하지만 이번 주말은 빅 파티가 열린다. 메이저리그 개막 시리즈는 최고의 이벤트다. 지금 관심도 뜨겁다”라고 밝혔다. 이어 “벌써부터 관광객이 늘고 있다. 주말이 되기 전까지 방은 없을 것”이라고 메이저리그 개막 특수에 반색했다.
호주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인들은 메이저리그 개막전 이상의 감동이 찾아왔다. 류현진의 선발 등판이 확정되면서 꿈에 그리던 류현진 경기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시드니에서 한국인 가이드를 하고 있는 A씨는 “MBC청룡 때 어린이회원에 가입한 LG 트윈스 팬이다. 1997년에 호주로 왔는데, 그 전까지 잠실구장을 거의 빼놓지 않고 갔다”며 “한국프로야구 뿐 아니라 류현진 경기도 한국 포털사이트를 통해 보고 있다. 호주에서 개막전이 열리다니…”라고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 호주 시드니 국제공항에 위치한 대형 전광판. 류현진에 앞서 LA 다저스 호주 개막전 선발로 예정된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 사진(호주, 시드니)=김영구 기자 |
A씨는 “그래도 가고 싶은 마음에 아내에게 티켓을 사겠다고 했다가 핀잔만 들었다”고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포기했고, 호주에서 유학을 하고 있는 B씨도 “류현진 개막 등판은 잘 알고 있고 가고 싶지만, 볼 만한 자리가 300달러가 넘어 엄두를 못 내고 있다”며 “김범수 콘서트 티켓보다 비싸다”고 혀를 내둘렀다. 가수 김범수는 오는 27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콘서트홀에서 ‘2014 김범수 쇼케스트라(SHOWCHESTRA) 인 시드니’ 공연을 개최하는데, 티켓 값이 10만원 정도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티켓은 비싼 가격에도 매진이 예상될 정도로 호주 내 뜨거운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번 기회에 류현진 티켓을 구매해 호주로 여행을 오겠다는 야구 팬들도 속출하고 있다. A씨는 “현지 한국인들 사이에서도 300달러(약 30만원)가 넘는 티켓을 사려고 해도 구하기 힘들다
한편 류현진은 17일 미국 애리조나 글렌데일의 캐멀백 랜치 글렌데일에서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캑터스리그 경기에 선발 등판해 5⅓이닝 7피안타(1피홈런) 3탈삼진 2실점(1자책)을 기록하며 호주 원정 개막전을 앞둔 마지막 모의고사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다저스는 18일 호주로 입국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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