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지난해 마지막 라운드에서 마지막 몇 분을 버티지 못하고 우승컵을 포항에게 내줬던 울산현대의 절치부심이 예사롭지 않다.
신임 조민국 감독이 이끄는 울산현대가 16일 안방인 문수경기장에서 열린 경남FC와의 2014 K리그 클래식 2라운드 경기에서 3-0으로 승리했다. 주장 김치곤이 머리로, 간판 공격수 김신욱이 다리로, 그리고 흔들린 상대의 자책골을 묶어 완승을 거뒀다. 지난 8일 포항과의 공식 개막전에서 1-0으로 승리했던 울산은 쾌조의 2연승을 달렸다. ACL 조별예선 2연승을 포함, 4연승의 파죽지세다.
↑ 울산이 경남을 3-0으로 제압하고 쾌조의 2연승을 달렸다. ACL까지 합치면 4연승이다. 3-0 이후 울산 선수들의 투지를 보면 이유를 알 수 있는 성적이다. 사진= 울산현대 제공 |
생각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던 울산이었으나 실마리가 풀리자 봇물이 터졌다. 후반 17분 한상운의 크로스를 공격에 가담한 수비수 김치곤이 머리로 방향을 바꿔놓은 선제골이 경남의 오름세에 찬물을 부었다. 그리고 불과 3분 뒤, 역시 한상운의 프리킥을 김신욱이 쓰러지면서 오른발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해 추가골을 뽑아냈다. 포항전에서 결승골을 넣었던 김신욱은 정규리그 2경기 연속골을 터뜨렸다. ACL까지 합치면 4경기에서 모두 골맛을 봤다.
김치곤과 김신욱의 연속골로 전의를 상실한 경남은 후반 25분, 우주성이 상대 패스를 걷어낸다는 것이 빗맞아 자책골이 되는 불운까지 합쳐지면서 완벽히 무너졌다. 경남이 무너진 면도 있으나 울산이 무너뜨렸다는 표현이 더 적합한 경기였다. 이날 울산이 인상적이었다는 것은 3-0까지의 과정보다는 그 이후 나머지 20여 분간의 플레이다.
김신욱의 두 번째 골에서 사실상 승부는 갈렸다. 이전까지 워낙 잘 싸운 경남이었기 때문에 똑같은 세트피스 상황에서 두 번이나 당한 뒤의 정신적 허탈감은 상당히 컸다. 대어를 잡을 수도 있다는 신바람이 멈추면서 경남 선수들의 플레이는 급격히 집중력을 잃었다. 지적해야할 대목이다. 빨리 정비해 만회골을 위해 집중해도 부족할 시간에 무기력했던 경남 선수들은 프로답지 못했다. 전체적으로 어린 선수들이 많다는 약점도 드러났던 흐름이다.
경남 선수들을 향한 쓴 소리와 함께 진행되어야할 것이 울산 선수들을 향한 박수다. 승기를 잡은 뒤에도 울산은 경남보다 더 열심히 뛰어다녔다. 휘청거리는 상대를 완벽하게 쓰러뜨리기 위한 투쟁심이 있었기 때문에 상대의 자책골을 유발할 수 있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2-0과 3-0은 축구에서 전혀 다른 스코어다. 쐐기였다.
3-0 이후도 매력적이었다. 사실 뒤집기 어려운 점수차와 분위기였다. 그러나 울산 선수들은 끝까지 경남을 압박했다. 조민국 감독은 김신욱 하피냐 고창현 등을 끝까지 빼지 않았고, 울산의 공격본능은 종료 직전까지 두어 차례 더 좋은 찬스를 만들었다. 경남 선수들의 플레이와 대비돼 더욱더 매력적이었고, 울산 홈팬들은 멋진
ACL과 정규리그를 넘나들며 거둔 4연승은 그냥 얻어낸 결과물이 아니라는 것을 인상적이고 바람직했던 3-0 이후의 플레이에서 느낄 수 있었다. 4연승은 전북의 3승1무보다도 앞서는 기록이다. 대부분이, 거의 모두가 전북의 ‘1강’ 체제를 말하고 있으나 울산의 행보를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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