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인천) 임성일 기자] 15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리는 인천과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만난 최강희 전북 감독은 다시금 두 마리 토끼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최 감독은 “일정이 살인적이다. 하지만 ACL도 중요하고 정규리그도 놓칠 수 없다”는 표현을 썼다. 살인적이라는 말은 괜한 넋두리가 아니다.
전북은 지난 12일 ACL 조별예선 2차전을 치르기 위해 호주 멜버른 원정을 다녀왔다. 그리고 곧바로 인천에 여정을 풀고 15일 인천전을 대비했다. 오후 2시 경기를 마치고 전북은 오후 8시40분 비행기를 통해 중국으로 건너간다. 18일 있는 광저우 에버그란데와의 ACL 3차전을 대비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23일 상주상무 원정을 떠난다. 푸념이 나올 일정이다.
↑ ACL과 정규리그의 빡빡한 일정을 병행하고 있는 전북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한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승부사 강희대제의 선택이 통하고 있다. 사진(인천)= 김재현 기자 |
김남일 정혁 정인환 김기희 이승렬 김인성 등 대부분의 선수들을 아예 호주 원정길에서 제외했다. 최강희 감독은 “인천전을 버리는 경기로 간주한다면 멜버른전 명단을 다르게 짰겠지만, 인천전도 놓칠 수 없는 경기”라는 말로 두 마리 토끼에 대한 강한 의지를 전했다. 여기서의 두 마리 토끼란 정규리그와 ACL 우승이다. 최강희 감독은 “지난 2년간 전북은 무관이었다. 한을 풀기 위해 올해는 2관왕을 목표로 임해야한다”는 뜻을 공공연하게 밝혀왔다.
‘버릴 수 없는 경기’라는 말은 괜한 표현이 아니었다. 최강희 감독은 경기가 0-0으로 흐르자 과감하게 승부수를 띄웠다. 18일 광저우와의 원정경기가 있음에도 후반 14분 이동국과 이승기를 투입시키면서 승리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광저우는 지난해 ACL 챔피언이다. 총력으로 임해도 쉽지 않은 상대지만, 최강희 감독은 과감한 선택을 내렸다.
만약 결과가 여의치 않았다면 손해가 컸을 결정이다. 이동국과 이승기라는 공격의 핵을 모두 넣었으니 사실 무승부도 만족할 수 없다. 하지만 최강희 감독의 판단은 결국 원하는 결과물을 가져왔다.
이동국과 이승기의 투입으로 상대의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정혁의 결승골이 터졌다. 정혁은 후반 28분, 인천 진영에서 공을 차단해 직접 페널티에어리어 안까지 침투하면서 오른발로 침착하게 선제골을 성공시켰다. 인천 출신으로 지난해 전북으로 이적한 정혁은 친정에 대한 예의로 세리머니를 자제했다. 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부산과의 개막전에서도 멋진 골을 기록했던 정혁은 정규리그 2경기 연속골을 기록했다.
정혁의 선제골 이후에도 전북은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승리를 지키기 위해 내려서는 것은 없었다. 심지어 최강희 감독은 후반 33분, 김인성 대신 한교원까지 넣었다. 가용할 수 있는 공격자원들을 모두 넣은 것인데, 이럴 때는 넉넉한
결국 경기는 1-0으로 마무리됐고 전북은 적진에서 중요한 승점 3점을 챙겼다. 홈에서 부산을 잡았던 것과 합쳐 시즌 초반 2연승이다. 힘든 일정에 대한 보상을 승리의 달콤함으로 잊겠다는 최강희 감독의 선택은 적중했다. 이럴 땐 확실히 ‘승부사’ 강희대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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