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넥센 히어로즈의 우타 외야수 강지광(24)은 올해 프로야구 시범경기를 뜨겁게 달구는 사내다. 스프링캠프에서부터 큼지막한 홈런을 날리며 자신을 알리기 시작한 그는 시범경기에서까지 대포를 가동하며 유망주 딱지를 떼고 있다.
넥센이 치른 5경기에 모두 출전한 강지광은 홈런 3개를 터뜨리며 시범경기 홈런 1위에 올라있다. 지난 8일 시범경기 개막전이었던 두산전 3회말 첫 타석에서 밀어쳐 우월 홈런을 날리며 거포 신고식을 가졌던 강지광은 13일 SK와의 경기에서는 두 방의 홈런을 추가했다. 1회 첫 타석에서는 SK 선발 조조 레이예스의 142km 낮은 직구를 밀어서 우측담장을 넘기는 괴력을 선보였고, 4회에는 레이예스의 공을 잡아당겨 좌측 담장을 넘겼다. 강지광의 홈런을 지켜본 한 관계자는 “힘이 정말 좋고, 변화구에도 잘 속지 않는 점이 돋보였다”며 잠재력을 높이 샀다.
사실 강지광이 더 대단한 것은 타자로 방망이를 든 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9년 LG에 입단했을 때에는 투수였다. 하지만 부상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팔꿈치 수술 후 이렇다 할 활약이 없던 그는 결국 지난해 타자로 전향했고,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넥센 유니폼을 입었다. 이는 LG 스카우트 시절 강지광을 뽑았던 염경엽 넥센 감독의 의중이 크게 작용한 결과이기도 했다. 염 감독도 “힘 하나는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을 만한 잠재력을 갖춘 타자”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하지만 강지광에 대한 냉정한 시각도 존재한다. 타자로 전향한 지 얼마 안 돼 경험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다. 또 시범경기는 시범경기일뿐이라는 측면에서 냉정한 평가를 내리는 이들도 있다. 과거 시범경기에서의 활약을 통해 이름을 알렸지만 막상 정규시즌에서는 평범한 성적을 남긴 선수가 숱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이가 바로 1992년 시범경기 홈런왕이었던 김홍기다. 1991년 태평양에 입단한 김홍기는 주로 2군에 머물다 1992년 무려 홈런 5개를 터뜨리며 시범경기 홈런왕에 등극해 화제가 됐다. 그러나 정규시즌에서는 고작 3홈런에 그쳤고, 이듬해 1군에서 15경기만을 더 뛴 뒤 옷을 벗었다. 그의 프로통산 홈런 5개. 1992년 시범경기 홈런수(5개)와 같은 숫자다. 이런 점에서 강지광의 잠재력은 매력적이지만 그와 동시에 리스크를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강지광이 제2의 김홍기가 될 확률은 적어 보인다. 시범경기에만 출전하고 시즌 개막과 함께 2군으로 내려가기 때문이다. 이미 염경엽 감독 머릿속에는 비니 로티노, 이택근, 유한준, 문우람, 이성열, 유재신, 박헌도로 1군 외야진이 정리돼 있다. 수비를 중시하는 염 감독 성향상 외야수를 시작한지 얼마 안되는 강지광이 비집고 들어갈 여유는 없다.
염 감독은 “1군에 계속 있으면 경기를 많이 뛸 수 없다. 2군에서 경기를 많이 뛰는 게 좋다”며 “경기를 많이 뛰다 보면 자신감이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험도 쌓고 실패도 겪으면서 더 성장하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그래도 매력적인 선수인건 분명하다. 염 감독도 이를 인정했다. 하지만 전혀 급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박병호를 비롯해 강정호, 김민성, 이성열 등 거포가 즐비하다. 염 감독은 “강지광을 후반기 전력”이라고 설명했다. 체력이 고갈되는 시기에 올려서 기존 선수들의 휴식을 취하게 하고 강지광에게는 1군 경험을 쌓게 한다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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