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집 밖에 나가 2연승으로 신바람을 탄 조민국호가 ‘호랑이굴’로 돌아와 치른 첫 경기였다. 경기 전부터 쏟아진 폭우는 울산 선수들의 발목을 잡았다. 그렇지만 이에 굴하지 않았다. 투지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불타올랐고, 매서운 뒷심을 발휘해 가와사키(일본)를 울렸다.
실상 울산답지 못한 경기였다. 전체적으로 답답했다. 울산의 공격은 세밀함이 부족했고, 공격 전개도 원활하지 못했다. 지난 8일 K리그 클래식 포항전에서도 내용이 좋지 않았으나 이 정도는 아니었다. ‘투톱’ 김신욱과 하피냐는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했고, 골포스트와 크로스바를 한 차례씩 맞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그 파괴력은 많이 약해졌다.
↑ 울산은 12일 가와사키와의 ACL H조 2차전에서 2-0으로 승리했다. 사진=울산 현대 제공 |
이유는 있었다. 거센 빗줄기는 울산을 방해했다. 흠뻑 젖은 그라운드 위에서 울산은 의도대로 경기를 풀지 못했다. 전반 38분 마스다를 빼고 김용태를 투입해 측면 공격 속도 향상과 함께 중원의 공격 기능을 강화했지만 효과는 없었다.
전방으로 볼 공급이 원활하지 않았다. 비에 젖은 그라운드는 미끄러워 정확한 패스가 나오기 어려웠다. 측면을 통해 활로를 열고자 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후반 8분 하피냐가 날린 회심의 슈팅이 크로스바를 맞힌 걸 제외하고는 울산은 전혀 안방호랑이 답지 못했다.
오히려 위기의 연속이었다. 후반 20분 이후 오쿠보를 앞세운 가와사키의 파상공세에 적잖이 흔들렸다. 폭우에 울산의 오름세도 씻기는 듯 했다. 그러나 그때부터 위력을 떨친 철퇴축구였다. 골키퍼 김승규는 미친듯한 선방쇼를 펼쳤다. 후반 22분과 후반 35분 결정적인 슈팅을 모두 막아냈다.
그리고 후반 40분 교과서적인 공격으로 결승골을 터뜨렸다. ‘마지막 교체 카드’ 유준수가 결승골을 넣었는데, 조민국 감독의 용병술이 적중했다. 가와사키 수비진은 김신욱에게 시선이 빼앗겼는데, 이를 역으로 이용했다.
골의 기쁨도 잠시였다. 후반 47분 다 잡은 승리를 놓칠 뻔 했다. 가와사키의 중거리 슈
절체절명의 위기를 넘긴 울산은 1분 뒤 가와사키 골키퍼의 실수를 틈타, 김선민의 패스에 이은 김신욱의 추가골로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렇게 주어진 환경은 최악이었으나 철퇴축구는 굴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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