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최강희 전북 감독은 “브라질 동계훈련이 잘 진행된 것은 맞다. 선수들 모두 최선을 다했고 원하는 방향으로 잘 따라줬다. 훈련이 만족스럽기 때문에 올 시즌은 나도 기대가 된다”라면서 “그중에서도 이승기가 가장 많이 성장했다”는 말로 이승기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례적으로 ‘일취월장’이라는 칭찬까지 전한 이유가 실전에서 드러나고 있다. 공격라인의 ‘팔방미인’이라 부를 정도로 포지션에 구애 없이, 역할에 상관없이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 이승기의 컨디션이 예사롭지 않다.
↑ 이승기가 확실히 일취월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최강희 감독의 칭찬에는 이유가 있었다. 사진= MK스포츠 DB |
스포트라이트의 주인공은 역시 2골을 터뜨린 이동국이다. 하지만 숨은 MVP는 이승기였다. 원톱 이동국 뒤에 배치된 세컨 스트라이커 역할을 맡은 이승기는 좌우 날개 레오나르도-한교원과 함께 지원군 역할을 톡톡히 했다. 단순히 지원군에 그쳤던 것도 아니다. 이동국과의 스위칭은 물론 좌우를 오가는 폭넓은 움직임으로 ‘닥공’을 진두지휘했다. 데드볼 상황에서도 이승기의 역할을 컸다.
전반전에는 전담 키커였다. 코너킥이든 프리킥이든 공이 있는 곳에 이승기가 있었고 각도에 따라 왼발이든 오른발이든 개의치 않았다. 양발을 공히 쓰면서도 그 정도의 강하고 날카로운 프리킥을 올린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후반 레오나르도의 프리킥보다 훨씬 정확도가 높았다.
멈춘 공만 잘 다룬 것도 아니다. 후반 5분, 페널티에어리어 정면에서 이동국이 헤딩으로 떨군 공을 원 바운드 시켜 왼발로 때렸던 슈팅은 최근 이승기의 컨디션이 어느 정도인지 증명하는 장면이었다. 타이밍을 제대로 잡지 못하며 정확한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나 힘이 실리기 어려운 상황이었으나 이승기의 슈팅은 정확하고 묵직했다.
지난 2월26일 요코하마 마리노스와의 ACL 1차전에서도 이승기는 승리의 주역이었다. 경기를 잘 풀고도 골을 넣지 못하던 팀에 ‘승기’를 가져왔다. 후반 15분 이규로의 패스를 받아 페널티 박스 안 오른쪽에서 수비수 한 명을 침착하게 제친 뒤 왼발로 가볍게 밀어 넣었다. 침착하고 냉정한 슈팅이었다. 8분 뒤 두 번째 골은 자신감에서 나온 호쾌한 슈팅이었다.
후반 23분 레오나르도가 연결한 패스를 페널티 에어리어 정면에서 가슴으로 받아낸 이승기는 바운드 되어 튀어 오르는 공을 정확한 타이밍에 왼발로 연결시키면서 골망을 다시 흔들었다. 멜버른전에서 이동국의 패스를 슈팅으로 연결하던 정확한 임팩트는 우연이 아니었다. 결국 이승기의 컨디션은 팀을 패배의 수렁에서 건져내는 결정적 슈팅으로 이어졌다.
0-1로 끌려가던 후반 30분, 상대가 점점 수비를 두껍게 쌓아가면서 전북 선수들의 체력이 소진될 무렵 이승기는 정확하고 묵직한 중거리 슈팅이 동점골의 단초가 됐다. 골키퍼가 어렵사리 몸으로 막아낸 것을 이동국이 쇄도하면서 골로 연결했다. 이승기가 도움을 기록한 것과 진배없다.
이승기의 과감한 중거리슈팅은 경기 분위기를 바꿔놓았고 3분 뒤 역전까지 이끌었다. 다시 이승기-이동국 콤비가 빛났다. 후반 33분, 이승기의 패스를 받은 이동국이
지난해 전북에 합류한 이승기가 확실히 닥공에 녹아든 모습이다. 최강희 감독이 ‘콕 집어’ 칭찬했던 것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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