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전세계를 감동시킨 ‘피겨 여왕’ 김연아(24)의 두 번째 올림픽 눈물. ‘2010 밴쿠버의 눈물’은 피겨 소녀의 꿈을 이룬 감격이었고, ‘2014 소치의 눈물’은 전설로 떠나는 홀가분한 여정의 끝이었다.
김연아가 2014 소치동계올림픽을 끝으로 18년 피겨스케이팅 인생을 마감했다. 피겨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꽃을 피운 김연아는 세계 피겨 역사의 전설로 남았다.
↑ 김연아는 피겨스케이팅 역사의 전설로 영원히 남았다. 사진(소치)=옥영화 기자 |
김연아의 올림픽 2연패는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경쟁 상대가 없었다. 김연아가 클린 연기를 한다면 4년 전 밴쿠버 대회에서 자신이 세운 역대 최고점 경신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김연아는 최종 리허설까지 완벽하게 준비했고, 여유롭게 올림픽을 맞이했다.
20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김연아는 다리가 움직이지 않을 정도의 압박감을 이겨내고 최고의 연기를 선사했다. 퍼펙트. 김연아는 74.92점을 받아 당당히 쇼트프로그램 1위로 올라섰다.
21일 프리스케이팅 마지막 순서. 김연아에 앞서 연기를 펼친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8‧러시아)는 쇼트에서 74.64점의 고득점을 받은 뒤 프리에서도 무려 149.95점을 얻어 총점 224.59점을 기록했다.
김연아로서는 엄청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김연아는 마지막 자신의 순서에 의연하게 나타났다. 마치 링크에 홀로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자연스럽게 은반 위를 수놓았다. 완벽한 연기. 찬사가 쏟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김연아의 프리 점수는 144.19점에 그쳤고, 총점 219.11점으로 소트니코바에 금메달을 내주고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소트니코바의 석연찮은 금메달을 향한 비난 여론은 거셌다. 해외 언론이 더 분개하며 앞다퉈 판정에 대한 공정성에 의혹을 제기했다. 온국민도 ‘금메달을 도둑 맞았다’며 분노를 참지 못하고 들고 일어났다. 그 가운데서도 김연아를 향한 아낌없는 찬사를 쏟아졌다. 외신들은 “김연아가 소치의 주인공이었다”고 치켜세웠다. 김연아의 은퇴 무대를 이토록 억울하고 허무하게 보낼 수 없는 공감대로 물들었다.
그러나 정작 김연아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단 한 번도 판정 문제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지 않았다. 모든 변수와 결과에 승복했고 시상대 위에선 소트니코바를 향해 미소와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현역 마지막 갈라쇼에서 ‘이매진’으로 평화를 노래했다.
‘피겨의 교과서’로 불렸던 김연아는 진정한 올림픽 정신이 무엇인지 보여준 ‘올림픽의 교과서’였다. 메달의 색깔은 무의
판정 공정성 논란을 여전히 남긴 채, 김연아는 웃으며 떠났다. 그를 보내줘야 할 때인 것을 알기에 팬들은 마음 속에 조용히 외친다. “연아야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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