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네덜란드는 장거리와 단거리를 가리지 않고 선수층이 두껍다. 분위기도 멤버들도 탄탄하다. 때문에 어떤 선수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같이 훈련을 하면서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 부러운 점이다.”
소치올림픽에서 네덜란드의 ‘벽’을 체감한 남자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스타 모태범의 말이다. 네덜란드는 스피드스케이팅 종목에서 압도적인 강세를 보였다. 스피드스케이팅에 걸린 12개의 금메달 중 8개를 독식했고 은메달 7개와 동메달 8개를 합쳐 모두 23개의 메달을 따냈다. 특히 남자 500m와 10000m 그리고 여자 1500m는 네덜란드 선수들이 금은동을 모두 싹쓸이하는 괴력을 과시했다. 단거리 간판 모태범도, 장거리의 스타 이승훈도 모두 네덜란드의 벽에 가로 막혀 4위에 만족해야했다.
↑ 모태범의 부러움은 한국 빙상계, 나아가 동계스포츠계가 반드시 귀담아야할 말이다. 저변을 넓히지 않고서는, 일부 스타들에게 편중되어서는 궁극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사진(러시아 소치)= 옥영화 기자 |
모태범은 “발전을 위해 경쟁할 선수가 필요하다. 후배들의 실력이 올라왔으면 좋겠다. 그것이 서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라는 의견도 피력했다. 중요한 말이다. 홀로 달리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네덜란드 선수들이 보여준 시너지 효과가 대표적이다.
언급했듯 남자 10000m에서 네덜란드는 금은동을 모두 가져갔다. 금메달의 주인공은 5000m에 이어 또 금메달을 노리던 최강 스벤 크라머(28)도 아었니고 크라머 이전 네덜란드의 간판이었던 38살 노장 밥데용도 아닌 새로운 얼굴 요리트 베르그스마였다. 베르그스마는 올림픽신기록(12분44초45)으로 정상에 올랐다. 내부적인 경쟁 속에서 ‘기록’이 나온 셈이고 모태범이 부러워한 이유기도 하다.
박승희 심석희 김아랑 조해리 공상정이 포진된 여자 쇼트트랙 정도를 제외하고는, 한국 동계스포츠는 일부 스타들의 힘에 의존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정상의 기량을 뽐낸 이상화, 김연아와 후배들의 격차는 컸다. 모태범과 이승훈이 경쟁력 있는 기록을 낸 것과 달리 다른 선수들의 기록은 어느 정도 격차가 있던 게 사실이다. 모태범의 말처럼, 다른 선수들의 실력이 올라와야 서로 경쟁하면서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당장 김연아가 은퇴를 선언했다. 박소연과 김해진 등 10대 기대주들이 있으나, 김연아 덕분에 오래도록 피겨 강국 이미지가 강했던 대한민국은 평범한 수준으로의 이동이 불가피하다. 다른 종목도 마찬가지다. 이상화가 없다면, 모태범과 이승훈이 없었다면 대한민국 스피드스케이팅은 세계 레벨에서 멀어진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종목에 대한 확대도 필요하다. 이번 대회에서도 고전했듯 더 이상 쇼트트랙에 의존하던 시대는 지났다. 다양한 종목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김연아라는 스타가 탄생하기 전, 우리가 피겨스케이팅에서 세계적인 선수를 배출할 것이라는 예상은 없었다. 하지만 물을 주고
이제 소치올림픽은 끝났고 다시 4년이라는 시간이 주어졌다. 다음 대회는 대한민국 평창에서 열린다. 안방에서 들러리에 그치는 종목이 많아서는 곤란하다. 특정선수에게 기대는 것이 커서도 마찬가지다. 지금 필요한 것은 ‘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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