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대한민국 피겨의 미래 박소연이 무대를 열고 김해진이 바통을 이으며 세계 피겨의 현재이자 역사인 김연아가 무대를 닫는다.”
‘피겨여왕’ 김연아(24)를 비롯해 박소연과 김해진(이상 17) 등 태극마크를 달고 소치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여자 피겨스케이팅 대표선수 전원이 프리스케이팅 진출권을 획득했다. 공교롭게도 첫 순서(박소연)와 마지막 순서(김연아)를 배정 받아 오프닝과 피날레를 장식할 예정이다. 당사자들에게는 다소 부담스러운 순서일 수 있으나 전체적인 그림은 마치 대한민국 피겨를 위해 판이 짜진 모양새다.
↑ 박소연(맨 오른쪽)이 무대를 열고 김해진(맨 왼쪽)이 바통을 이으며 김연아가 대미를 장식할 예정이다. 대한민국 피겨를 위해 판이 짜진 모양새다. 사진= MK스포츠 DB |
김연아 개인적으로는 선호하지 않는 순서다. 김연아는 대기 시간이 길고 빙질에 변수가 발생할 수 있어 마지막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이번 조추첨에서도 순서를 뽑은 뒤 아쉬운 탄성을 자아냈다. 하지만 이내 “나는 경험이 많다”는 말로 당당하게 임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이미 쇼트프로그램을 통해 짐작하기 어려운 중압감을 이겨낸 김연아다. 웜업부터 몸이 말을 듣지 않아 마음고생이 컸으나 “훈련 때 잘했는데 실전에서 못할 것 없다”는 마인드 컨트롤과 함께 완벽에 가까운 연기를 보여줬다. 아사다 마오가 무리한 점프로 또 넘어지고, 신성 율리아 리프니츠카야 역시 바닥을 짚었으나 김연아는 달랐다.
이제 부담은 김연아가 아니라 다른 선수들이 더 커졌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물론, 전 세계 피겨 팬들을 행복하게 해주었던 김연아의 마지막 무대가 마지막에 펼쳐진다는 것은 우연치고는 하늘에 배려에 가깝다. 김연아를 위한 무대의 대미를 장식할 수 있는 것은 김연아 뿐이다. 이 무대에 가장 먼저 등장하는 선수가 ‘김연아 키즈’로 성장한 박소연이라는 것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소치올림픽에 한국은 김연아와 함께 박소연과 김해진이 출전했고, 첫 올림픽임에도 불구하고 당당한 연기로 프리 스케이팅 출전권까지 획득했다. 30명이 출전한 쇼트 프로그램에서 24명만 프리 스케이팅을 선보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데, 김해진과 박소연 모두 커트라인을 통과했다. 의미 있는 발자취다.
김해진은 쇼트프로그램에서 54.37점을 획득해 18위를 기록했다. 55.51점으로 16위에 오른 아사다 마오에 비해 불과 1.14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선전이었다. 박소연 역시 49.14점으로 쇼트 23위를 기록, 프리스케이팅에 나간다. 김연아의 1위 못지않은 쾌거다.
조추점 결과 김해진은 프리스케이팅에서 9번째로 연기하게 됐다. 박소연은 1번으로 가장 먼저 프리스케이팅 무대에 나서게 된다. 테이프를 끊는다는 점이 어린 박소연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
오래도록 팬들을 기쁘게 해줬던 김연아 그리고 앞으로 기쁨을 전해줄 박소연과 김해진. 대한민국 피겨스케이팅의 자랑들이 러시아 소치를 밝힐 벅찬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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