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왜 부담이 없었을까. 국민적인 관심을 넘어 전 세계의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무덤덤하게 경기를 펼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더군다나 지금껏 내내 정상을 달리다가 ‘마지막’을 선언한 무대였으니, 박수 받을 때 웃으면서 떠나고 싶다는 인간적인 바람도 어깨를 짓누를 조건이었다.
‘피겨여왕’이라 불리고 ‘살아 있는 전설’로 통하지만 김연아(24) 역시 평범한 인간이었다. 이제 겨우 20대 중반에도 미치지 못한 나이로 그 중압감을 견디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을 멋지게 견뎌냈으니 ‘역시’라는 찬사가 따랐다. 원동력은 역시 ‘노력’이었다. 믿는 것은 자신이 지난 시간 속에서 땀으로 쌓은 성이었다.
↑ 김연아 역시 평범한 인간이었다. 이제 겨우 20대 중반에도 미치지 못한 나이로 그 중압감을 견디기란 쉽지 않다. 그것을 이겨낸 원동력은 역시 ‘노력’이었다. 사진(러시아 소치)= 옥영화 기자 |
보는 이들은 마냥 박수를 보냈으나 정작 김연아는 연기를 마친 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자신이 생각한 것처럼 되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실제로 김연아는 경기 후 “쇼트프로그램을 했던 것 중에서 오늘이 최악이었다”고 아쉬운 소감을 전했다. 스스로 만족스럽지 않았던 이유는 결국 ‘부담’이었다.
웜업부터 이상 징후가 나타났다고 고백했다. 몸을 푸는데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을 정도로 몸 상태가 말을 듣지 않았다. 김연아는 “웜업을 하면서 정말 많은 생각이 지나갔다”고 토로했다. 심리적 부담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몸조차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으니, 그때 느꼈을 공포는 짐작키 어려운 일이다. 김연아도 똑같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차이는, 그것을 극복해내는 능력이고 그 힘은 부단한 연습에서 나왔다.
김연아는 “지난 몇 년간 매일 빼놓지 않고 쇼트프로그램을 연기했다. 올림픽에서 제대로 연기가 되지 않으면 억울할 것 같았다”면서 “연습 때 잘했는데 실전에서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마음을 다지면서 임했는데 다행히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안도의 소감을 전했다. 결국, 몸속 세포가 기억하는 연습량을 믿었다는 방증이다.
타고난 재능인 것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자신의 재주만 믿고 게으름을 피웠다면 오늘의 위치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모두가 당연한 듯 자신의 1등을 기대하고 있을 때, 김연아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지 않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 세계는 김연아의 완벽한 연기를 ‘불가사의한 일’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빙속여제 이상화는 “내가 생각해도 근성과 끈기는 타고 난 것 같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피겨여왕 김연아 역시 마찬가지다. 그녀들이 왜 젊은 나이에 세계 정상에 설 수 있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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