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금메달이 뭐기에, 메달 색깔의 무게가 여고생을 짓눌을까. 동메달에 기쁨을 감추지 못한 아리아나 폰타나(이탈리아) 뒤로 오버랩 되는 심석희(17‧세화여고)는 웃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심석희가 ‘쇼트트랙 여왕’ 대관식을 조금 늦췄다. 심석희는 15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 소치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승에서 2위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심석희는 한국의 세 번째 메달이자, 쇼트트랙 두 번째 메달을 안겼다.
심석희는 1500m의 최강자로 세계가 주목한 강력한 금메달 후보였다. 지난 2년간 국제빙상경기연맹 월드컵 시리즈를 휩쓸었다. 그러나 올림픽은 처음이었다. 여고생에게 올림픽이라는 심리적 압박감은 적지않았다.
↑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간판 심석희가 값진 은메달을 따고도 고개를 숙였다. 사진(소치)=옥영화 기자 |
심석희는 경기 초반 4위로 출발한 뒤 9바퀴를 남기고 선두에 올라서며 선두권 경쟁을 벌였다. 심석희는 잠시 2위로 밀렸다가 6바퀴를 남기고 선두에 올라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뒷심이 아쉬웠다. 마지막 2바퀴를 남기고 저우양에게 선두를 내주며 막판 스퍼트로 뒤집기에 실패했다.
금메달을 따낸 저우양과 동메달의 폰타나가 감격하며 활짝 웃는 사이 심석희는 결승선을 통과한 뒤에도 웃지 못했다. 심석희는 오히려 울먹이는 모습을 보이며 고개를 숙였다. 안타까운 장면이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빨리 1500m를 주파하고도 웃지 못한 금메달에 대한 압박감이었다.
심석희는 현지 방송 인터뷰를 통해 “많은 분들이 금메달을 기대하셨는데 거기에 제 성적이 못 미친 것 같아 죄송한 마음도 있고, 나 자신도 아쉬움을 많이 느낀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어 “올림픽 은메달이라는 값진 메달에 만족을 하게 되는 것 같다”고 애써 말했다.
또 결승선에 통
심석희는 경기를 마친 뒤 열린 플라워 시상식에서 다시 웃음을 되찾았다. 수줍은 미소로 시상대에 섰다. 심석희는 자랑스런 메달을 따냈다. 마음껏 웃고 기뻐해도 될 충분한 성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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