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대한민국 동계스포츠의 전설 이규혁(36)의 20년 올림픽 도전 역사의 대미를 장식할 마지막 레이스가 12일 밤 펼쳐진다. 1994년 노르웨이 릴레함메르에서 시작된 이규혁의 세계여행이 드디어 닻을 내릴 목적지의 1000m 앞에 서있다.
이규혁이 한국시간으로 12일 밤 11시부터 러시아 소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열리는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에 출전한다. 늘 ‘마지막’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멀었던 이규혁이지만, 적어도 올림픽과의 인연은 마지막이 될 공산이 큰 무대다.
↑ 어느덧 36살이 된 이규혁이다. 일반인 남성이라면 서서히 배도 나오고 ‘아저씨’ 냄새가 날 때다. 그러나 이규혁은 여전히 16살 피터팬이다. 사진(러시아 소치)= 옥영화 기자 |
번번이 오뚝이처럼 일어나 불굴의 의지를 보여준 ‘올림픽 정신’의 표본이나 불혹에 이른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까지 현역으로 얼음판을 지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때문에 12일 밤 1000m 레이스는 여정의 진짜 마지막 느낌이다.
그 마지막 도전의 절반은 마쳤다. 이규혁은 지난 11일 새벽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합계 70초64(1차 35초16, 2차 35초48)의 기록으로 18위에 올랐다. 순위권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러나 이규혁은 “10명 이상은 이긴 것 같다”고 웃음을 보인 뒤 “오늘 아침에도 1등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행복했다. 이제는 그런 상상만으로도 행복하다”는 말로 깊은 울림을 주었다. ‘거울로 삼아 본받을 만한 모범’이라는 뜻의 ‘귀감’이라는 단어는 이럴 때 쓰는 것이다.
실상 1000m도 이규혁이 메달을 목에 걸 확률은 그렇지 않을 가능성보다 떨어진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애석하게도 이규혁의 6회 올림픽 도전사는 ‘무관’으로 끝나게 된다. 시상식에 한 번도 오르지 못했다. 하지만 이규혁은 늘 최고를 꿈꾸었고 끝까지 정상을 위한 도전정신을 잃지 않고 있다.
500m 레이스를 마친 뒤 이규혁은 “원래 500m보다 1000m에 초점을 맞추고 대회를 준비했다. (500m를 통해)가능성을 보았다”는 당당한 출사표를 밝혔다. 그리고 “나만의 방식으로 준비하겠다”는 의미심장한 각오를 덧붙였다. 적어도 ‘참가의 의의’를 두는 수준에서 그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이규혁은 “(소치에)와서 테스트를 해봤는데, 기록이 메달권이었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이것 역시 후배들의 귀감이 될 자세다. 이규혁은 12일 아침에도 1등을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분명 행복했을 것이다.
1997년 1000m에서 세계기록을 두 차례 세웠고, 2001
어느덧 36살이 된 이규혁이다. 일반인 남성이라면 서서히 배도 나오고 ‘아저씨’ 냄새가 날 때가 됐다. 그러나 이규혁은 여전히 16살 피터팬이다.
[lastuncle@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