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자신이 지치는 얼음판처럼 차갑고 냉정했다. 세계가 흥분 속에서 지켜보고 있는 순간, 정작 당사자인 이상화는 고요했다. 모두가 우승할 것이라 기대했고 모두가 금메달을 따주길 바라는 엄청난 부담 속에서도 이상화는 빙판 위의 여제답게 흔들림이 없었다. 전 국민이 이상화를 보며 떨었으나 이상화만은 침착했다. 그것이 위대한 기록을 만들어낸 힘이었다.
스피드 스케이팅계의 간판스타 이상화(25)가 많은 역사를 남기면서 소치 동계올림픽에 참가하고 있는 대한민국 선수단에 첫 메달을 안겼다. 첫 금메달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도 ‘전설’의 반열에 합류하는 영예를 맛봤다. 보니 블레어(미국 1988·1992·1994년)와 르메이돈(캐나다 1998·2002년)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여자 500m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이상화다.
↑ 국민적 바람이라는 부담 그리고 자신과의 싸움을 극복한 투혼이 찰나의 피 말리는 싸움을 승리케 한 원동력이다. 12년 만에 허락된 0.02초의 위대한 전진이다. 사진(러시아 소치)= 옥영화 기자 |
숫자로 표기했으나 0.05초 0.02초라는 것은 인간의 평범한 감각으로 느끼기 어려운 시간이다. 일상에서는 ‘찰나’지만 그 ‘찰나’에 엄청난 희비가 엇갈리는 것이 스피드스케이팅이다. 올가 파트쿨리나(러시아)는 이상화에 비해 불과 0.36초 늦어 2위에 그쳤고 네덜란드의 마고 보어는 0.78초 뒤처져 동메달을 획득했다. 이상화 기록보다 0.98초 늦어 7위에 오른 왕 베이싱의 75.68초까지, 채 1초도 안 되는 ‘찰나’의 결과에 순위는 크게 달라졌다.
스케이트 ‘날’을 좀 더 빨리 넣기 위한 선수들의 노력은 일반인들이 상상키 힘들다. 총성과 동시에 튀어 나가야하는 스타팅 순간의 집중력과 피니시라인을 통과할 때의 간절함이 모두 합쳐져야 1/100초, 1/1000초의 짜릿한 우위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전 세계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매달려도 12년 만에 겨우 0.02초를 줄일 수 있는 어려운 전진을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여제 이상화가 해냈다.
이상화의 부모는 금메달이 확정되자 비로소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주었다. 이상화의 어머니인 김은순 씨는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에서 MK스포츠와 만나 “사실 상화의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다. 하지정맥이 허벅지
국민적 바람이라는 부담 그리고 자신과의 싸움을 극복한 투혼이 찰나의 피 말리는 싸움을 승리케 한 원동력이다. 12년 만에 허락된 0.02초의 위대한 전진. 박수가 아깝지 않은 쾌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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