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세계의 벽은 높았다. 하지만 뜨거운 도전정신은 아무 것도 보이지 않던 곳에 또렷한 길을 만들어주었다. 간절하게 두드리면 문은 열렸다. 아스팔트 위에서 썰매를 지치던 무모함은 드디어 뜨거운 빙판을 달리게 했고 헛된 비상이라던 시선 속에서도 멈추지 않던 열정은 결국 하늘에 길을 만들었다. 귀감이 되기에 충분한 아름다운 스토리의 주인공들이다.
소치 동계올림픽에 출전하고 있는 대한민국 선수단이 훈훈한 소식을 전해주고 있다. 아직 환호성을 울리는 금빛 낭보는 없으나 ‘또 다른 금메달리스트’들의 값진 도전이 올림픽의 참뜻을 되새겨 주고 있다. 그야말로 불모지와 다름없던 스키점프와 루지 국가대표들의 도전은 메달권과 거리가 멀었으나 충분히 감동적이었다.
↑ 스키점프 국가대표 최서우가 아름다운 비상을 선보이고 있다. 하늘에 길을 내고 아스팔트에 빙판을 깔았던 스키점프 선수단과 루지 선수단은 분명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국가대표다. 사진(러시아 소치)= 옥영화 기자 |
최서우의 성적이 가장 좋았다. 최서우는 비거리 점수 60점(95m)과 심사위원 점수 52.5점을 합쳐 116.2점을 기록했다. 순위로는 33위였는데 상위 30명이 출전하는 결선 커트라인에 조금 미치지 못한 아쉬운 결과다. 김현기는 합계 109.2점으로 41위, 최흥칠은 109.1점으로 42위를 기록했다.
상위권 선수들과의 격차는 분명 존재했다. 같은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카밀 스토치(폴란드)는 142점이라는 압도적은 점수를 받았고 노르웨이의 안드레스 바르달 역시 135.2점을 기록하는 등 우리 선수들의 그것과는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과 다름없는 스키점프 선수들의 비상은 충분히 아름다웠다. 이미 서른 줄을 넘었으나 대한민국 스키점프 1세대들인 소치올림픽 4총사는 4년 뒤 평창에서 열리는 다음 올림픽까지도 도전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스키점프 국가대표들이 하늘에 길을 낸 것이라면 썰매종목 루지의 김동현은 아스팔트를 얼린 셈이다.
사상 최초로 올림픽에 출전한 김동현은 10일 러시아 소치의 산키 슬라이딩 센터에서 끝난 루지 남자 싱글 경기에서 1∼4차 시기 합계 3분36초385의 기록으로 39명의 출전 선수 가운데 35위에 올랐다. 1~2차 시기만을 합산했던 첫날(9일)의 35위와 큰 차이가 없었다.
금메달을 획득한 독일의 펠릭스 로흐의 3분27초526과 견준다면 거의 10초에 육박하는 큰 거리감이 있다. 하지만 봅슬레이보다도 낯선 루지 종목이 대한민국에 정식으로 보급된 것이 불과 20년 전이고, 썰매 장비를 비롯한 기본적은 훈련 장소가 없어서 아스팔트 위를 달렸던 훈련과정을 생각한다면 출전권을 획득한 자체로 작은 기적이었다.
대한민국 루지는 이번 소치올림픽에 남녀 1인승과 남자 2인승 그리고 팀 릴레이 등 4개 종목에 출전한다. 루지에 걸린 전 종목에 참가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루지 역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전 종목 출전하는 쾌거였다. 한국은 1998년 나가노올림픽과 2010년 밴
비록 단상에는 오르지 못했으나 하늘에 길을 내고 아스팔트에 빙판을 깔았던 스키점프 선수단과 루지 선수단은 분명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국가대표다. 그들의 도전이 더 의미 있으려면, 4년 밖에 남지 않은 평창올림픽을 위해 실질적인 지원이 따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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