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벽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이 흘린 땀을 믿으며 정정당당하게 도전해 결과를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올림픽 정신’ ‘스포츠맨십’의 기본이다. 그 당연하고도 가장 고귀한 가치를 온몸으로 실천하고 있는 자랑스러운 이가 태극기를 달고 러시아 소치 땅을 빛나게 내달리고 있다.
아직 이름조차 생소한 썰매종목 ‘루지’ 남자 싱글부문에 출전하고 있는 김동현(23)이 자랑스러운 주인공이다. 피겨여왕 김연아와 빙속여제 이상화 등 대한민국을 빛내고 있는 영웅들 속에 김동현이라는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겠다.
↑ 루지 남자 싱글 김동현의 도전이 아름답다. 자체로 기적 같은, 올림픽 정신이 무엇인지 온몸으로 말하는 자랑스러운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사진(러시아 소치)= 옥영화 기자 |
대한민국 루지는 이번 소치올림픽에 남녀 1인승과 남자 2인승 그리고 팀 릴레이 등 4개 종목에 출전한다. 루지에 걸린 전 종목에 참가하는 쾌거이고 대한민국 루지 역사상 첫 올림픽 전 종목 출전이기도 하다. 한국은 1998년 나가노올림픽과 2010년 밴쿠버올림픽에 남자 싱글에만 출전했다. 3번째 올림픽 도전 만에 놀라운 발전을 이룩한 셈이다. 김동현은 그 뜻깊은 대한민국 루지팀의 도전 중 선봉장이다.
봅슬레이와 스켈레톤 그리고 루지는 기본적으로 얼음 위를 썰매로 달리는 종목이다. 그래도 봅슬레이는 많이 낯익어졌으나 스켈레톤과 루지는 여전히 생소한 스포츠다. 스켈레톤은 썰매에 엎드려서, 루지는 누워서 탄다는 것만 알아도 ‘박식한’ 수준이니 아직 대중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 이런 상황에서 올림픽 본선무대에 출전하고 있다는 자체가 놀라운 일이다.
대한민국에 정식으로 루지라는 종목이 보급된 것이 불과 20년 전이다. 썰매를 비롯한 기본적인 장비는 물론 훈련할 수 있는 장소가 없어서 아스팔트 위를 달렸다는 것은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우리네 대표선수들의 현실이었다.
김동현 역시 썰매를 타기 시작한 것이 3년 전인 2011년이니 경력이 풍부한 편은 아니다. 그런데도 지난해 아시안컵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그 자신감과 전리품을 들고 이제 더 큰 무대인 올림픽에 뛰어들었다. 자체로 기적 같은, 올림픽 정신이 무엇인지 온몸으로 말하는 자랑스러운 도전이 아닐 수 없다.
9일 1차 시기에서 54초207의 기록으로 39명 중 36위에 올랐던 김동현은 2차 시기에서 54초603으로 기록이 다소 떨어졌지만 합계에서는 35위로 1단계 올라섰다. 한 걸음씩 천천히 그러나 분명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김동현의 도전은 메달권 싸움만큼 값지다.
김동현은 10일 새벽 3차와 4차 시기에 나선다. 30위권 초반 순위를 목표로 삼고 있다. 소박하지만 큰 꿈이다. 사실 그에게는 순위보다 원대한 꿈이 있다. 루지라는 종목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것이다. 지금 소치에서 뿌리는 씨앗이 4년 뒤 평창올림픽에서는 의미 있고 ‘실질적인 지원’이라는 열매로 맺히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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