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순위와 상관없이 지난 4년간의 땀방울을 향한 박수갈채의 순수함은 달라지지 않으나 그 변함없는 성원이 선수들의 부담까지 덜어주는 것은 아니다. 역시 올림픽이라는 대회가 주는 무게감은 상상 이상이었다. 흔히 말하는 ‘자신과의 싸움’을 얼마나 극복할 수 있느냐가 관건임이 새삼 입증되고 있다.
대한민국 선수단의 첫 번째 메달 낭보를 기대했던 이승훈(26)이 한국시간으로 8일 밤 러시아 소치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열린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5000m에서 6분25초61으로 12위를 기록했다. 4년 전 벤쿠버 올림픽 이 종목에서 ‘깜짝 은메달’을 기억하는 많은 이들에게는 아쉬움이 가득한 결과였다.
↑ 누구보다 성실하게 땀 흘렸던 이승훈이지만 올림픽이라는 무대의 부담은 달랐다. 결국 가장 큰 적은 ‘다른 누구’ 이전에 자기 자신이다. 사진(러시아, 소치)= 옥영화 기자 |
애초 참가 선수 중 가장 마지막인 13조에 편성되자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메달을 놓고 다툴 라이벌들의 기록을 알고 레이스를 진행하는 것이 페이스를 조절하거나 심리적인 면에서 도움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하지만 외려 이것이 악재로 작용했다. 후발주자 입장에서 득을 보려면 앞선 이들의 기록이 적절한 자극제가 되어야하는데, 너무 좋았다.
10조에서 뛴 네덜란드의 스벤 크라머가 6분10초76으로 통과하면서 압박이 시작됐다. 벤쿠버 대회에서 스스로 세운 것보다 4초가량 앞서는 대단한 기록이었다. 대회가 진행된 아들레르 아레나의 빙질이 그리 좋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 가운데 나온 올림픽 신기록이기에 이승훈에게 크나큰 부담이었다.
엎친 데 덮쳐 얀 블록후이센(6분15초71)과 요리트 베르그스마(이상 네덜란드/6분16초66) 등 네덜란드 삼총사가 모두 이승훈 앞에서 호성적을 내면서 이승훈을 그야말로 압박하기 시작했다. 마지막 순서라는 게 약이 아닌 독으로 작용한 케이스다.
함께 뛴 패트릭 베커트의 선전도 악재였다. 이승훈과 마지막 13조에서 레이스를 펼친 독일의 패트릭 베커트는 6분21초18을 기록했다. 메달권 밖 인물로 거론됐으나 일반적인 예상을 뒤엎고 이승훈을 크게 앞섰다. 전체적인 기록을 의식하면서 페이스를 조절해야했던 이승훈이 당장 옆에서 앞서나가는 베커트의 질주를 보며 흔들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후반부가 더 좋은 이승훈이 뒤로 갈수록 뒤처졌다는 게 페이스 조절 실패의 방증이다.
요컨대 심리적인 압박을 떨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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