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스벤 크라머(28·네덜란드)는 ‘괴물’이었다. 자신의 세 번째 올림픽 무대에서 가진 첫 번째 레이스는 그가 왜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중장거리 최강자인지를 엿볼 수 있었다.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 남자 5000m 금메달리스트인 크라머는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다. 8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들레르 아레나 스케이팅 센터에서 열린 2014 소치동게올림픽 남자 5000m 경기에서 6분10초76으로 가장 빨리 결승선을 통과했다. 생애 두 번째 올림픽 금메달.
크라머의 레이스는 압도적이었다. 그의 뒤를 이어 2,3위를 한 네덜란드 대표팀 동료인 얀 블록후이센(6분15초71)과 요리트 베르그스마(6분16초66)보다 크게 앞섰다. 크라머와 비교해 블록후이센은 4초95, 베르그스마는 5초90이나 늦었다. 크라머의 아성에 도전했던 이승훈(26·대한항공)은 6분25초61로 무려 14초85나 뒤졌으며, 26위로 최하위를 기록한 셰인 윌리암슨(일본)은 1바퀴 이상이 뒤처진 32초12 차이가 났다.
↑ 스벤 크라머는 역시 최강이었다. 8일(한국시간) 2014 소치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0m에서 올림픽 신기록을 수립하며 2연패를 차지했다. 사진(러시아, 소치)=옥영화 기자 |
2200m지점 통과까지 중간 선두 데니스 유스코프(러시아)보다 1초83이 뒤졌다. 하지만 유스코프가 워낙 초반부터 페이스를 끌어올렸기에 큰 의미가 없었다. 크라머는 유스코프의 기록을 신경쓰지 않고, 꾸준하게 29초10~29초30대의 랩 타임을 기록했다.
그리고 그의 흔들림 없는 레이스는 점차 기록 경신으로 이어졌다. 속도가 줄지 않은 그는 3400m 지점 통과 직전, 가장 빠른 페이스를 보였다.
그리고 자신과의 싸움을 펼쳤다. 홀로 질주를 한 크라머는 페이스를 잃지 않았다. 얀 블록후이센, 베르그스마, 이승훈 등이 경기 막바지 체력 저하로 속도가 급격히 떨어졌던 것과 다르게 크라머는 ‘강철 체력’을 과시했다. 끝까지 29초대의 랩 타임을 기록했다. 마지막 400m 랩 타임은 29초84였다.
크라머는 6분10초76으로 4년 전 밴쿠버에서 세웠던 올림픽 최고기록(6분14초60)을 무려 3
크라머는 이번 대회에서 남자 10000m와 팀 추월에도 참가해 3관왕에 도전한다. 5000m 경기를 통해 최고의 컨디션을 과시했는데, 이 페이스만 유지할 경우 그 누구도 크라머의 ‘독주’를 막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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