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씨가 마르겠다는 하소연이 들릴 정도다. 이러다 말겠지 싶었던 K리거들의 중국행 러시는 마치 1990년대 초 홍명보 황선홍 최용수 등 간판스타들의 J리그행을 떠오르게 할 정도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하대성 장현수에 이어 박종우까지 중국행 대열에 합류했다. 이쯤이면 자못 심각한 수준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K리거들의 중국행 러시를 어떻게 바라봐야하는지 진지하게 접근해보고자 한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된 현상이고 또 어디로 가고 있는지 파악하고 K리그는 어떤 위치에서 어떠한 노력으로 대처해야하는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편집자주>
↑ 하대성과 박종우(사진)까지 중국행을 선언했다. 일본이 시장을 주도했다가 한동안 중동세가 기운을 떨치더니 이제는 중국으로 물줄기가 바뀐 모양새다. 사진= MK스포츠 DB |
선수가 다른 리그로 눈을 돌리는 이유는 크게 2가지다. 조건이나 환경, 전체적인 수준 등이 포함된 의미의 ‘좋은 리그’에서 뛰고 싶은 상승 욕구와 맞물린 이적이 하나고 재기나 부활 혹은 생존 등 선수생활 연장에 방점을 찍은 이적이 두 번째다. 불과 10년 전만해도 중국리그는 후자에 속했다. 중동리그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지금은 딴판이 됐다.
귀화논쟁이 일었을 정도로 큰 사랑을 받았던 녹색 독수리 에닝요가 지난해 여름 장춘 야타이로 적을 옮겼고 K리그 최초의 득점왕 3연패에 빛나는 데얀 역시 장쑤 세인티의 유니폼으로 바꿔 입었다. 최근 10년 사이 K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외국인 선수라 평해도 무방할 두 선수가 모두 중국행을 선언했다.
여기에 K리그 최고의 조타수라던 FC서울의 캡틴 하대성도 베이징 궈안에 입단했고 전북에서 뛰다 무적상태로 지내던 센터백 임유환(상하이 선신)과 인천유나이티드의 수비형미드필더 손대호(항저우 그린타운)도 대륙으로 떠났다. K리그에서의 직접 이적은 아니지만 FC도쿄 소속이던 국가대표 장현수가 광저우 부리를 택한 것도 주목할 만한 일이다. 그리고 6일, 부산아이파크의 간판 박종우까지도 광저우 부리 이적을 확정지었다. 이쯤이면, 중국이 대세다.
중동이 엘도라도로 각광받던 시절이 있었다. 사우디아라비아, UAE, 카타르 등지에서 날아온 러브콜에 정신없던 때가 있었다. 곽태휘(알 힐랄) 이정수(알 사드) 조용형(알 라이얀) 석현준(알 아흘리) 남태희(레퀴야) 조성환(알 무아이다르) 신진호(카타르SC) 고슬기(엘 자이시) 신형민(알 자지라) 김정우(알 사르자) 등은 모두 오일머니로 대변된 중동선호 흐름의 산물이다. 하지만 이제는 중국이 큰 시장으로 떠올랐다. 물줄기가 확 바뀌었다. 이웃나라 일본에서 K리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변한 것도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J리그는 예전처럼 완성된 한국 선수를 선호하지 않는다. 1993년 출범한 J리그 초창기, 그들은 선구자격인 노정윤을 시작으로 고정운 황선홍 홍명보 최용수 유상철 김도훈 등 대어급들을 싹쓸이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한 에이전트는 “과거 일본으로 이적하던 선수들은 대부분 K리그 톱클래스였다. 그러나 이제 일본은 절대 비싼 한국 선수들을 사려하지 않는다. 대신 저렴한 가격이지만 미래 발전 가능성이 큰 젊은 유망주들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설명을 전했다.
그의 말처럼 이제 J리그의 레이더는 어린 재목들에게 맞춰져 있다. 멀게는 명지대 시절 교토 퍼플상가에 입단(2000)했다 대박이 터진 박지성을 단초로 볼 수 있겠고 가깝게는 K리그 드래프트가 부활된 2006년 이후 동해를 건너기 시작한 대학생들의 선택과 맞물린다.
이렇듯 J리그와 K리그 사이의 관계변화와 함께 주목할 흐름이 중국시장의 급부상이다. 일본이 유망주 쪽으로 선회했다면 2014년 현재 중국은 1990년대 일본이 그랬듯 K리그의 완성품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다. 비단 한국 국적의 선수들만이 대상은 아니다. 데얀이나 에닝요처럼 K리그를 통해 검증을 마친 외국인 선수들도 타깃이다.
‘흐름’이라는
-②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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