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채천재? 과찬이다. 올해가 중요하다. 지난해는 그 어느때보다 야구에 집중했던 것 같다. 난 두 아이의 아빠니까.”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내야수 채태인은 지난해 사라져가는 비운의 스타에서 화려한 백조로 완벽하게 돌아왔다. 비록 부상으로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했지만 타율 3할8푼1리의 호성적을 기록하며 ‘장외타격왕’이라는 영예의 별명도 얻었다.
단연 팀내 최다 연봉 인상률도 채태인의 몫이었다. 채태인은 2013시즌(5000만원)보다 1억6000만원이 오른 2억1000만원에 계약을 마쳤다. 연봉인상률만 320%에 달했다. 하지만 채태인의 프로 생활이 그리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내야수 채태인이 지난 시즌 활약의 비결로 가족을 꼽았다. 사진=MK스포츠 DB |
화려한 비상의 이유는 무엇일까. 삼성의 1차 전지훈련이 열리고 있는 괌 레오팔레스 리조트 스타디움에서 만난 채태인은 가장 먼저 ‘가족’과 ‘집중’을 꼽았다. 채태인은 “각성을 많이 이야기하시는데 사실 나도 어떻게 지난해 이렇게 좋은 성적이 나온 지 모르겠다. 단 그 어느때보다 절박했다. 가장의 역할을 해야하는데 연봉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위기감이 컸다”며 지난 시즌의 마음가짐을 돌아봤다.
희비를 함께했던 아내와 두 명의 자녀를 떠올렸다. 채태인은 “아내와 두 아이를 책임져야하는 가장이고, 아빠니까...정말 야구에 집중했던 것 같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해 채태인은 매 경기 뜨거웠다. 월간 타율이 3할에 미치지 못했던 달이 8월 한 달 뿐이었을 정도로 꾸준한 타격감을 유지했다. 4할에 육박하는 고타율을 꾸준히 유지했다. 8월 중순 당한 왼 어깨 부상은 두고두고 아쉬울만도 했다. 채태인은 “사실 그 때 감이 좋지 않았다.(웃음) 물론 선수로서 시즌 막바지에 팀이 순위싸움을 하는 상황에서 결장하면 기분이 좋은 선수가 어디에 있겠나”라며 “그것 때문에 돌아와서도 ‘잘 하자, 어떻게든 누상에 출루하고 주자를 불러들이자는 생각만 했던 것 같다”고 지난해 후반기를 떠올렸다.
9월 복귀 이후. 채태인은 타율 5할5푼9리의 18안타 8타점의 맹활약으로 삼성의 1위 수성에 단단히 힘을 보탰다. 채태인의 부상이 ‘가짜’가 아니냐는 유쾌한 팬들의 의심이 나올 정도였다. 채태인은 “아직 통증이 남아있는 상태라서 빗맞으면 몸에 통증이 상당했다. 그러다 보니 무조건 방망이에 정타로 맞추자는 생각을 하고 타격을 했다. 그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며 손사래를 쳤다.
특히 지난해 채태인의 성적 중에서 가장 놀라웠던 부분은 득점권 타율과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의 놀라운 집중력이었다. 지난해 채태인은 주자가 없을 경우 타율 3할3푼6리, 주자가 있을 경우 타율 4할2푼7리를 기록했다. 득점권 타율은 무려 4할1푼, 대타 타율도 5할7푼1리에 달한다.
↑ 올해 삼성 타선에서도 핵심 선수다. 채태인이 장외타격왕에 올랐던 지난 시즌 활약을 이어갈 수 있을지 여부는 삼성 타선의 무게감을 좌우할 전망이다. 사진=MK스포츠 DB |
야구가 가장 재밌었지만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채태인은 “타격 1위를 하면서 상대 투수들에게 견제를 많이 당했다. 프로 생활을 하면서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다”면서 “그러면서 새삼 ‘야구가 참 어렵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올해도 채태인의 대폭발을 기대해도 좋을까. 채태인은 “알다시피 나는 정교한 타자가 아니다. 공이 보이면 막 치는 유형이다. 사실 그래서 변수가 크다는 것은 나도 알고 있다”며 섣부른 기대감에 대해 경계했다. 하지만 채태인은 “그렇지만 일단 전 경기 출장을 꼭 해보고 싶다. 한 번도 하지 못했던 것인데 올해는 꼭 해보고 싶다. 발목 쪽에 큰 수술 경험이 있어 한 시즌 내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면서도 “이제 건강하게 한 시즌을 치르면 성적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 같다”며 올해 활약에 대해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팬들에게도 가족에게도 자랑스러운 야구선수가 됐다. 채태인은 “그간 못하면서 욕도 많이 먹었는데 지난해는 참 칭찬을 많이 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채태인이 올해 건강한 상태서 다시 지난해와 같은 ‘천재모드’를 발동할 수 있다면? 채태인이 삼성 타선의 파괴력을 쥐고 있는 핵심 선수라고 해도 결코 과언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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